여성 고객이 주택 건설의 주대상인 것이 요인… 건축 관련 진출 분야도 넓어져

건설업에서 여성은 잘하든 못하든 튀는 경우가 많아요”

4년째 건축 현장에서 시공을 담당하고 있는 조연수(건축·02졸)씨의 말이다. 성과가 좋을 경우에 남자들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지만, 성과가 좋지 못할 경우엔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양쪽 경우 모두 직원이 ‘여성’이라서 생기는 거품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기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것은 개인 사무실을 꾸릴 때보다 취업을 하는 쪽이 더 심하다. 삼화 건축사무소 박영순 소장은 “건축 사무소를 개업하는 경우 능력에 따라 공사를 꾸릴 수 있으므로 크게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며 “그러나 대기업엔 아직도 여성이 건축과 맞지 않는다는 편견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축은 더이상 남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박영순 소장은 “과거 건축학과 학생 비율은 40명이 남자인 경우, 1명만이 여자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건축을 전공하는 여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여성 건축가의 비율은 전체의 30% 이상으로 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 건축가들의 모임인 ‘한국여성건축가협회(K.I.F.A)’는 현재 25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성건축가협회 조연희 사무국장은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지만 건축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가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1982년 창립된 이 단체는 여성 건축인의 자질향상과 권익신장 및 국제교류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축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힘을 얻는 이유에는 건설업에서 주택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즘의 추세도 한 몫을 한다. 주택의 주 타겟인 ‘주부’를 공략하는데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에서 아파트 현장 근무를 하고 있는 김현아(건축·00년 졸)씨는 “가구나 스위치의 위치를 편리하게 조정하고 조명을 변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남자들이 놓치기 쉬운 사소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도 심리적으로 주부를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설계 및 시공 외에도 인테리어·대학교수·건설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한 것 역시 건축에 종사하는 여성이 늘어난 또다른 이유다.

우리학교 강미선(건축학 전공)교수는 “건축은 인문·심리 등을 포괄하는 작업으로 전체적인 의견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여성이 건축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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