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수습과 정기자와의 다른 점 하나. 수습은 투정을 부릴 수 있지만 정기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한 동안 학보사가 싫었다. 취재가 많은 것도 아닌데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보사에 들어온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9월 7일(수) 오전4시40분. 아침 취재가 있어 일찍 일어나려다 그만 화장대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치고 말았다.

2005. 9. 7 a.m 5 - 난생 처음 응급실이란 곳을 가봤다. 내 콧등 위를 타고 흐르는 피를 휴지로 꾹 누르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얼굴에 상처가 남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생각을 다하며 하늘을 원망했다.

2005. 9. 7 a.m 5:20 - 의사 선생님 진단. “아무리 잘 치료해도 상처가 남을 것 같은데… 일단 바늘로 꿰매야 할 것 같아요” 순간 끊임없이 흐르던 내 눈물이 멈췄다. 응급실 침대 위에 있던 나는,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2005. 9. 7 a.m 6 - 얼굴이라 그런지 의사선생님의 세밀한 손길이 느껴졌다. 내 콧등 위로 바늘과 실이 21바늘 왔다갔다하는 동안 아프다는 생각보다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정 중앙에 상처가 남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왜 그렇게 두려웠는지…

2005. 9. 8 a.m 1 - 내 얼굴에 상처가 난지 정확히 하루하고 7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두렵다. 의사선생님은 성형을 하게 되면 얼굴에 난 상처를 지울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두렵다. 겉의 상처 자국을 지운다고 과연 속에 난 상처까지 지울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두려웠던 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을까.

에필로그 - 병원 치료 하루도 빠지지 않기, 약 꼬박꼬박 챙겨먹기, 의사선생님이 말한 주의사항 지키기… 최선을 다해 지키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느낌이 든다.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엔 아무리 시간을 되돌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차라리 그럴바엔 현재에서 최선의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투적이긴 해도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수 밖에 없다. 아직도 내 마음은 복잡하고 어수선 하지만 다시는 후회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학보사도 그렇고, 내 상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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