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혼례 때 신부가 쓰는 족두리와 볼에 찍는 연지곤지, 아낙네들이 저고리 고름 뒤에 숨겨 놓았던 은장도. 이 풍습들은 모두 몽골에서 왔다. 이처럼 몽골 문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 역사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문화 뿐만 아니라 외모 역시 우리와 매우 흡사한 2만명의 주한몽골인들. 광활한 대지를 달리며 칭기스칸을 꿈꾸는 몽골리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광진구에 위치한 <몽골문화원>이다.

 

문화원 1층에 들어서면 몽골 전통집인 ‘게르’를 비롯해 몽골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실이 눈에 들어온다. 원통모양 기둥에 원뿔을 얹은 모양의 게르는 나무 막대를 엮어 아코디언처럼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이동식 집이다. 이는 몽골의 돌변하는 기후와 이동식 생활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주거 형태다. ‘게르’ 내부에는 침대, 화로 등 유목민의 생활이 그대로 복원돼 있어 <몽골문화원>을 찾는 사람들이 초원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몽골문화원>에서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다채로운 몽골 간행물과 영상물을 만나볼 수 있다. 도서실에 있는 몽골 관련 서적들은 우리나라 유일의 몽골어 전공학과인 단국대학교 몽골어과에서 자문을 구할 정도로 양과 질적인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뿐만아니라 자료실에는 몽골 신문, 대중음악 자료, 동영상 자료 등이 소장돼 있다. 3층 사무실 및 전시실에는 칭기스칸 탄생설화 그림과 과거 광활했던 몽골제국지도, 몽골 전통 악기인 마두금 등 역사적 자료가 전시돼 있다.

또 <몽골문화원>에서는 주한몽골인들을 위해 몽골전통축제인 ‘나담축제’를 한국에서 재현하고 있다. ‘나담축제’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몽골의 가장 큰 축제로, ‘나담’은 ‘놀이’란 뜻이다. 이는 나라 전체에서 가장 강한 씨름 선수, 가장 말을 빠르게 타는 사람, 가장 활을 잘 쏘는 사람을 모아 그들의 용기와 힘을 시험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몽골 '나담축제'와 같은 시기인 7월11일(월)~13일(수) 한국에서 진행되는 이 축제에서는 대표선수를 뽑아 활, 씨름, 말 타기 등 3종목의 경기를 펼친다. 몽골문화원 실장 정석진씨는 "몽골에서 유일무이한 국가적 행사인만큼 한국 ‘나담축제'도 매년 5백~8백 명의 몽골인이 참가할 정도의 큰 규모로 열린다"고 설명한다. 올해도 나담축제기간에 맞춰 5백 명의 몽골인들이 광장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경기를 즐겼다.

이 곳이 다른 나라 문화원과 차별화된 점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시와 서울시 간의 돈독한 관계에 의해 개원했다는 것. 다른 문화원들이 대사관 소속하에 있는 것과 달리 <몽골문화원>은 서울시와 울란바토르시의 자매결연 하에 자체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정석진씨는 "독일.프랑스.일본 문화원 같은 선진국문화원들에 비하면 경제적 지원은 미약한 편이지만 <몽골문화원>이 몽골 문화를 알리고 양국 문화 교류에 힘쓰겠다는 의지만큼은 어느 나라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3분이면 충분히 집을 짓거나 허물 수 있는 대~단한 민족을 만날 수 있는 곳. 답답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광활한 대지, 끝없는 초원을 달리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몽골문화원>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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