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기간 3년. 1백여 차례의 회의. 2백여 명에 달하는 조직위원단.

오는 6월19일(일)∼24일(금) 열리는 제 9차 세계여성학대회에 대한 설명이다. 이런 각고의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이번 대회가 이전까지의 대회와 많은 차별성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차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여성학대회가 생겨난 지 27년만에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기존의 서구 중심적이던 여성학계에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이전까지는 총 8개의 개최국 가운데 7개국이 이스라엘·미국 등 제 1세계 국가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위원회는 20개의 학술 분과 중 ‘Global Agenda in Asia’라는 테마를 선정, 봉건적·수동적이라고 폄하되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그들의 문제를 세계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가 아시아 지역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시발점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 김은실 사무총장은 아시아인의 정체성이 서구에 비해 매우 약한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외국에서 ‘한국인’대신 ‘아시아인’으로 분류될 때 비로소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시아 국가가 서로 왕래하지 않아 공동체 의식이 생겨날 수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꼽으며 잦은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같은 목표에 따라 이번 세계여성학대회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아시아 지역 학자들을 배려하고 나섰다. 세계 여성학자들이 모이는 회의 자리에서 서구인들의 발언권을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한 것이다. 이는 서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가 서툰 아시아 학자들이 주눅들지 않고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방법이다. 그 결과 이번 대회는 여느 대회보다 많은 수의 아시아 학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조직위원회 측은 “‘경계를 넘어서:동-서/남-북’이라는 표어는 봉건·진보, 발전·저발전으로 상징되는 동-서, 남-북의 대립적인 개념을 타파하고 모두가 화합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라고 밝히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아시아 지역의 참여를 늘리는 것 역시 이번 대회의 표어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120여 개국, 3천여 명이 참가해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이는 9차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우리 학교가 한국여성학회와 함께 주최 측으로서 실질적인 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장필화 조직위원장은 “여성학을 제도화시킨 것 외에도 여성만을 가르치고 그들의 미래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이화의 여성학은 119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며 “우리 여성학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른 협력대학과 함께 한국의 우수한 여성학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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