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그런 것?

#인간관계
(what goes on­you didn't even think of me)

나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고 배척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 방식에 불편을 느낀 일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에 무관심한 나에게도 부당하거나 무리한 일은 가끔 일어났다. 내게도 여러가지 소속이 있었고 그것의 억압이 나만 비껴갈 리도 만무한 일이니까. 그러나 나는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데에 억울함을 느끼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어떤 것이 행복인지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 수시로 점검하는 체크 리스트도 또 센서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은희경

E가 생각하는 인간관계.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계. 일부러 얽히는 관계를 만들지도 않고 일부러 고립시키지도 않는다.

#lub
(그것은 꿈이었을까)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 건 확고부동한 자기편. 즉 또 다른 자기를 만드는 일이다. 그게 귀찮아서 그냥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가끔있고, 사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러나 그들은 살아 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E

사랑마저도 시니컬 하게 담고 있는 은희경 장편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 내가 제일 아끼는 책이다.
줄거리도 없고 사건도 없고 너무나 엉망진창이지만 한문장 한문장 소름돋히게 예쁘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E를 좋아하는건 식상한 사랑고백도 그녀 방식으로 해버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널 사랑할 수도 있을것 같아”
비겁하지만 냉정하지만 현명하다.

#삶의 방식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그런 것)

교양이든 식견이든 뭔가를 갖춘다는 것은 삶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골고루 많이 갖춘다는 건 어쨌거나 좀 거추장스러운 일 아닐까. 물건만 해도 그렇다. 나는 같은 종목에 두개를 갖는 법이 없으며 종목도 되도록 줄인다. 이를테면 손톱깎이와 발톱깎이를 따로 갖지 않는다. 두개의 손톱깎이를 갖는 일도 없다. 복잡한게 싫을 뿐이다. 단지.. -E

가끔은 지나치게 갖춰진 두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 줄 필요가 있다. 어색할 정도로 삶의 먼지를 다 털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때로 해방 이상의 것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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