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도 썩 자유롭지 않았던 89년, 제게 <국비유학>은 경제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됐지요.”


지난 89∼92년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영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우리 학교 조영식(산업디자인 전공)교수는 자신의 <국비유학>을 이렇게 회상했다. 국가에서 유학 비용을 대 주는 <국비유학> 경험은 그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교육부 산하의 국제교육진흥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국비유학>제도는 크게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학위과정>과 생명공학· 신소재공학 등 첨단학문의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전문요원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학위과정>은 어문학·정치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를 공부하는 지역연구분야와 생물학·지구과학 등 이공계 분야로 이뤄져 있다.

매년 3월경, 국제교육진흥원은 신문이나 홈페이지(yuhak.interedu.go.kr) ‘국비유학생’ 코너 공지사항을 통해 <국비유학생>을 모집한다. 매년 <학위과정> 33명·<전문요원과정> 7명을 선발하며, 선발 인원이 정해져 있는 44개 국가 중, 지원자가 가고 싶은 대학을 직접 정할 수 있다.


<학위과정>은 졸업평균성적 80점 이상인 대학(산업대학, 교육대학, 방송통신대학 포함) 졸업자 중 총장의 추천을 받은 자는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다. <학위과정> 선발은 1차 필기시험·2차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이뤄진다. 1차 필기시험은 객관식 50문항의 국사시험(100점 만점)과 공인 전문기관의 외국어 시험 성적(200점 만점)을 본다. 영어는 TOEFL 성적을, 중국어는 HSK 9급 이상, 일본어는 일본어 능력평가시험(JLPT) 1급을 요구한다. 프랑스어·독일어 등 다른 기타 외국어 성적은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외국어 시험을 봐야 한다.


1차 필기시험의 기출문제는 홈페이지에 올라 있어 그 유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차 시험은 전공의 기초지식을 묻는 논술형 고사(150점 만점)와 전공 교수들이 심사하는 면접으로 이뤄진다. 면접에서는 국가관·창의력·개인의 발전 가능성 등을 묻는다. 꼼꼼한 수업계획서와 학업에 대한 열정이 합격의 열쇠다.


<전문요원과정>은 대학과 대학원의 성적이 모두 평균 80점 이상이고, 최종 학위를 취득한 학교 총장의 추천을 받은 자가 지원할 수 있다. <전문요원과정>도 2차에 걸친 시험으로 선발되는데, 1차 시험에서는 외국어 성적(100점 만점)을, 2차 시험에서는 면접고사를 실시한다. 면접에서는 연구계획서에 의한 전문성을 평가한다.


유학생으로 선발되면 지원자는 대학을 선정하는데, 전공분야별로 세계 10위권 내의 우수대학 내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지원자는 직접 유학할 대학에 지원해 입학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 후 입학허가서를 <국비유학생>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1주일 후까지 국제교육진흥원에 제출해야 한다.


<국비유학생>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국제교육진흥원 유학연수부 백순미씨는 “현재 44개국으로 국비유학생을 보내는데 지원자들이 미국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북유럽·멕시코·가나 등은 상대적으로 응시율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비유학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유학생을 보내는 단순한 차원의 일이 아니라 하나의 외교과정”이라며 “그래서 학생을 보낼 때, 학문연구 뿐 아니라 그 나라와의 관계개선에도 중점을 둔다”고 덧붙였다.


선발자는 입학허가서를 내고 다음해 9월까지 출국해야 한다. 왕복항공료는 우리나라 항공기에 한해 국제교육진흥원에서 지급하며, 장학금은 파견국가의 대사관을 통해 지급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년 동안 1만8천200불(1천820만원: 학비·생활비 포함)에서 올해 2만7천300불(2천730만원)로 50%가까이 인상했다. 지급기간은 미국·캐나다는 2년, 그밖의 나라는 3년이다.


<전문요원과정>의 경우 유학을 마친 후에 반드시 국내에서 장학금 수혜기간만큼 기업체·연구소·공공기관·국내 대학 등에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학위과정>은 98년에 이 제도가 없어졌다.


98년∼2003년까지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독일 뷔르크부르크 대학에서 특수교육 석사 학위를 받은 우리 학교 정승혜(특교·95년 졸)씨는 “국비유학생들간의 네트워크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국제교육진흥원 홈페이지 국비유학생 코너에는 <체험수기>와 방이 있으나 잘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백순미씨는 "유학생들끼리의 공적인 커뮤니티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승혜씨는 국비유학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유학가고자 하는 나라에서 그 나라 언어로 공부하고 논문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미리 어학실력을 쌓아놓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비유학생> 제도는 이처럼 장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아, 어떤 때는 지원 미달이 되기도 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이화인들이 있다면, <국비유학생> 제도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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