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74min/ 2002/ (주)캐릭터플랜

그간 우리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는 방치되어 왔다. 80분 남짓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보아도 제목을 얘기하면 바로 생각이 나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품이 매우 드물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망치>는 그 동안 애니메이션에서의 캐릭터 부재란 문제점을 멋지게 해결해보인 작품이다.


주인공 망치의 무기는 ‘망캄이고, 망치를 좋아하는 앵두는 똘망하고 밉살스러운 것이 정말 ‘앵두’같이 생겼다. 망치와 앵두, 포플러 공주, 할아버지, 악당 뭉크. 이 각각의 캐릭터들은 기억하기 쉬운 이름은 물론이며, 그 독특한 외모와 행동으로 인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캐릭터 각각을 쉽게 기억해낼 수 있게 한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았던 앵두가 상영 후에도 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이 영화에서 캐릭터 설정을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망치>에서는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인종들의 특성을 고루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망치와 포플러 공주의 경우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 뭉크와 풀타코는 미국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캐릭터를 만들어내었다. 그 액션이나 연출 스타일에 있어서도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외국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도록 각각의 장점을 잘 조화시켰다.


우리 애니메이션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이미 자타로 공인이 된 상태였다. 기술력 이외에 지적받던 여러 문제점 가운데 ‘캐릭터의 부재’를 멋지게 해결한 <망치>의 등장은 이 후 제작될 애니메이션에 대해 큰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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