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중국땅에 혼자 서다

전예솔(국문·2)씨는 안내자 하나없이 혈혈단신으로 첫 해외여행에 나섰다. 배짱 하

▲ 인상깊었던 여행지인 상해 임시정부청사.
나로 혼자 떠나보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상해라는 생면부지의 땅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무슨 영문인지 공항에서 그를 통과시켜주지 않는 것이었다. “영어도 안 통하고 공항 요원은 중국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반복하는데, 답답해 울고 싶었다”는 그는 공항을 한참 돌아다닌 후에야 중국은 입국 시 공항 사용료를 따로 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겨우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상해에서도 난관은 계속됐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태풍을 만나 비를 쫄딱 맞기도 하고, 만리타향에서 외로움에 밤이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보고 더 깊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를 찾았을 때의 느낌은 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정부라기엔 너무 초라한 외관이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짐작케 하고도 남았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중국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 생활에 적응을 못해 방황해야했던 겁많은 신입생이었단다. 그는 “여행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미국에서 노숙자와 친구되다

▲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 때.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자. 홍영주(사회복지·3)씨의 여행 목표다. 그는 2004년 1월 국제워크캠프기구(IWO)에서 주최하는 워크캠프에 참가한 후, 미국을 여행하며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심지어 홈리스(homeless)와도 친구가 됐을 정도다.

그들을 만난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때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홈리스들이라 덜컥 겁부터 났다”며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그런데 겁에 질려 있는 그에게 홈리스 한 명이 다가와 길을 가르쳐줬다. 그는 그들의 따뜻함에 홈리스들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꽤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됐고, 그들이 정부를 비판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홈리스 신문까지 만든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인디언 마을 아저씨, 워크캠프에서 만난 각국의 대학생 등 그가 만난 사람은 인종도 연령도 가지각색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과 베푸는 마음의 여유 등을 깨달았다고 한다. 또 처음에는 독립적으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힘들 때마다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덕분에 “여행 전보다 삶에 더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며 자신의 여행에 후한 점수를 매겼다.

 

발길 닿는대로 중동땅을 누비다

여행에 이유는 없다. 그냥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평소 여행을 즐긴다는 송민진(사회·4)씨는 그 동안 몽골·인도 등 20여 개국을 다녔다. 그는 2002년 겨울, 유럽 여행 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계획에 없던 이집트와 요르단·시리아 지역으로 즉흥 여행을 떠났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유럽의 풍경이 지겨워서였다.

그는 중동에서의 첫 여행지였던 이집트의 오아시스 마을 ‘시와’에서 특별한 경험을

▲ 작년 여름 찾았던 몽골에서 본 지역 버스 풍경.
했다. 마침 모래폭풍을 볼 수 있는 시기에 그 곳을 찾은 덕분이었다. 평소 사막을 좋아하던 그이기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는 “모래로 뒤덮인 마을을 보니 몽환적인 기분이 들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집트에 이어 도착한 요르단에서 찾은 페트라와 와디럼도 각별한 추억이다. 페트라의 입구와 유적의 웅장함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곳은 영화‘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과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배경으로 유명한 촬영지이기도 하다. 워낙 잘 알려진 곳들이지만 그가 여행을 다닐 때 일부러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꼭 피라미드에 들러야 이집트를 아는 건 아니잖아요?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잠시 들릴 뿐이죠”라며 자신만의 여행 수칙을 말하는 그에게서 방랑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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