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기만 했던 학보사 생활도 어느덧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엉거주춤 학보사 문을 열고 들어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멋모르던 수습들은 이미 5번의 제작을 마친 ‘학보사 인간’이 돼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펜대를 총대 삼아 어슴푸레한 진실을 향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다가 때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주저앉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까스로 참으며 다시 몸을 일으키곤 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쟁과도 같았다.

그 때문일까. 첫 휴간을 불과 며칠 앞둔 지금, 모두들 이곳저곳에 훈장처럼 상처를 얻었다.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남몰래 눈물 짓는가 하면, 학보사 내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 밤새 뒤척이는 등 다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면 새살이 돋듯, 이런 일련의 시간들을 보내면서 우리들은 한층 성숙해졌다.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도 생겼고 또 한편으론 인간에 대해, 나 자신에 대헤 성찰해 볼 기회도 있었다. 학보사 생활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단순히 취재와 기사 작성 방법뿐만이 아니다. 그 이상의 것, 인생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의문에 대한 자그마한 해답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학보사 선배들의 그 형형히 빛나던 눈빛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달관한 듯한 그 눈빛말이다. 2년 후 내 모습 역시 그런 모습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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