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시네마떼끄 2005년 4월 첫째 주 기획 상영

 

 

2시

물망초

이미례. 90분

식목일

낮은 목소리

변영주. 98분

미술관 옆 동물원

이정향. 108분

4인용 식탁

이수연. 123분

5시

휴관

우중산책(EBS) 

+ 세친구

임순례. 109분

고양이를 부탁해

정재은. 110분

미소

박경희. 96분

 

과거 여성은 늘 남성과 다른 존재로 생각되어져 왔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라 지칭되는 존재는 모두 남성이었으며, 여성은 남성과 다른 열등의 혹은 특이한 존재였다. 일례로 여류작가라는 말은 있어도 남류작가라는 말은 없으며, 여대생(여자 대학생)이라는 말은 있어도 남대생(남자 대학생)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번 주 상영될 기획은 ‘남성감독이라는 말은 없는데 왜 여성감독이라는 말은 존재하는가?’ 라는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한다.

 

한국 영화의 역사 80년을 통틀어 제작된 영화 편수는 약 5천여 편에 이른다. 이 중 2001년 이전까지 여성감독의 작품은 20여 편에 그치고, 작품을 남긴 감독 수도 8명에 불과하다. 50~70년 대 박남옥을 시작으로 홍은원, 최은희, 황혜미 감독이 있었지만 그들은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영화계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1~3편의 작품을 남긴 뒤 사라진다. (이들의 영화는 유실 또는 한국영상원에 필름이 보관되어 있어 상영하지 못함을 미리 밝혀둔다.) 이후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이미례 감독이 등장하여 홀로 80년 대 영화계를 개척해 나간다. 그녀는 영화의 흥행 성공 이후 여성감독으로서 어떤 영화든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91년까지 6편의 영화를 꾸준히 제작하였지만 결국 상업영화 제작에 대한 회의감으로 영화계를 떠난다. 그 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변영주, 현재 여성감독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임순례 감독의 등장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충무로에 여성신인감독들이 대거 등장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하였는데 우선은 양성평등에 기인한 여성의 권리 향상이라는 사회적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여성프로듀서가 등장하여 여성감독들의 데뷔를 도왔으며, 여성스탭들의 수도 크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충무로의 시스템 자체도 크게 변화되었으며, 여성도 능력에 따라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현장을 통솔할 수 있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영화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등 영화 수업과 수련을 포함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활성화되어 현장 접근이 어렵던 여성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은 영화의 제작을 담당하는 거대 기획사나 자본, 흥행 등의 요소에 의해  영화 제작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캐스팅이나 시나리오부터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고 볼 수 있는 연출까지도 감독의 의견이나 생각이 100%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영화 시장의 자본 논리에 의해 흥행에 실패한 감독들은 다음 영화의 제작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영화 제작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여성감독들은 내러티브 중심의 장르에 충실한 영화, 즉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영화만을 만들어 낼 뿐 참신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기대가 큰 만큼 미약한 그들의 성과에 실망도 컸지만 대부분의 여성감독들이 1~2편의 작품 밖에 만들지 못한 시작의 단계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이 숨겨진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발휘하여 한국영화의 새로움과 다양성에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이 ‘여성’ 감독이 아닌 진정한 여성 ‘감독’으로 평가 받을 가까운 미래를 기약하며,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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