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비운동권 구분 필요성 줄어… 실질적 복지 사업으로 학생공감 형성해야

올해 우리 학교와 서강대에서 최초의 비운동권(비권) 총학생회(총학)가 탄생한 것을 비롯해 연세대·숙명여대·성균관대·한양대 등에서도 비권 총학이 당선되는 등 비권 총학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운동권을 거부하며 ‘신(新)학생사회’를 표방하는 다양한 총학들이 학생사회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비권·운동권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분류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소위 ‘운동권’에게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고 있다. 서울대 최인준(응용생물화학·3)씨는 “학생들은 운동권의 ‘투쟁적·공격적’ 이미지를 기피하는 것 같다”며 “개인주의적인 요즘 학생들은 운동권이 주장하는 반미주의 등이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운동권과의 괴리감은 2004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백종호씨가 한총련 의장으로 선출되자 해당 학교 학생들이 총학생회장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했던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도 홍익대 송효원 총학생회장이 한총련 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후 학내에서 격렬한 비판을 받고 있어 ‘거친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삼가해 달라’는 자보를 게재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홍익대 문과대 하인태 학생회장은 “학우들은 총학생회장이 한총련 활동으로 인해 학내 사안에 소홀하게 될 것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올해 당선된 총학 중 서강대는 한총련 탈퇴를 선언했고, 연세대는 탈정치 작은총학·정치투쟁 거부를 약속하기도 했다. 서강대 김태진 총학생회장은 “한총련 탈퇴가 이번 당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권 총학의 당선 이유는 그들이 소위 ‘운동권’의 정치적 성향에서 탈피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학내 복지 사업의 비중이 큰 것이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현재 한양대 총학 ‘소망플러스’는 선거 당시 신입생 대상 USB 보급사업·무료 문화경험 기회 제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성균관대의 ‘파란 해밀’선본은 동문을 대상으로 소액기부운동의 정착을 약속했다.

이런 대학가의 흐름에 따라 ‘운동권’으로 불리는 총학도 학생과 총학 간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사회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 복지·교육환경 개선같은 학내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는 비권의 장점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권 성향을 띄고 있는 전남대 총학은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가 취업인 것에 착안해 ‘샌드위치 과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샌드위치 과정’이란 기업에서 유임금 현장실습을 통해 경력도 쌓고 학점도 받는 일석삼조의 취업 대책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당선 직후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학교 곳곳에서 다과를 나눠주며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남대 박한균 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의 참여와 소통을 활동의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모든 학우를 하나로 묶고자 하는 학생회의 포부를 밝혔다.

반면 비권 총학의 한계점도 발견된다. 중앙대 김민석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대중행동 조직을 통해 투쟁해나가야 한다”며 “소위 비권·반권으로 불리는 총학의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한양대 김재호(관광학부·3)씨는 “총학이 가장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인 등록금 문제 등은 등한시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신경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같이 발전하려는 총학들에게 이전의 운동권·비운동권이라는 고리타분한 구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한 구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총학들은 ‘학생들과의 공감’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제 변화하는 총학들의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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