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시위는 당겨졌다. 개강과 함께 드디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학생기자’라는 위치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공부가 본분인 ‘학생’으로서, 발에 땀이 나도록 취재해야 하는 ‘기자’로서, 한마디로 소위 이중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이 치열한 삶은 감히 전쟁에 빗댈 만 하다.

개강 첫날부터 학보사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기자들로 북적댔다. 다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보사로 뛰어들어와 너도나도 전화통 하나 씩 붙들고 연신 외쳐대는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사 XXX 기자입니다.” 온통 야단이다. 나 역시 설문지 돌리랴, 관련 기관에 전화하랴, 정신이 없다. 식사는 왔다갔다하면서 김밥 하나 씩 입안에 털어 넣는 것으로 끝.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6시30분이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학보사로 달려 온 것이 오후2시경이니 무려 4시간 반 가량을 취재만 하면서 보낸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 놈 불러내서 떠들썩한 신촌 바닥을 휘젓고 다니거나, 뜨뜻한 집구석에서 배 깔고 뒹굴뒹굴했을 시간이다.

그러나 머리는 헝클어졌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온 몸이 녹초가 됐지만 그래도 뭔가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뿌듯하다. 작년 새내기 시절,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헛되이 흘려버렸었는가.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뭔가에 미쳐보고 싶고, 뭔가에 빠져보고 싶을 만한 그 시절을 나는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 보냈었다.

물론 나도 인간인지라 앞으로 2년 간 펼쳐질 빡빡한 학보사 생활에 때론 한숨이 흘러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학보사는 이미 내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첫 발을 뗀지 얼마 안 된 초짜 수습에 불과하지만 학보사는 어느덧 내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보사와 나의 위험천만한 동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대하시라,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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