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대 앞, 상업화 본격 시작

2005년은 학교 앞 상업화에 있어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정문 옆 대형쇼핑몰인 ‘파비(Fabee)’가 개장을 눈 앞에 두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신촌 기차역·호원당 부지 등이 상업 건물로 탈바꿈되기 때문이다.

그간 있었던 교육환경수호운동은 ‘이화인들의 참여 저조’와 ‘학교­지역 간의 소통부족’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학교 내에서 대표적으로 상업화에 반대하는 ‘이화인연대모임’또한 범위가 파비에 한정돼 있고, 참여 역시 매우 저조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교와 지역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교육환경권 수호운동은 학교 앞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므로 학교 주변 지역의 ‘경제적인 이득과 손실’이라는 요인이 상충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환경권’과 ‘재산권’의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자들 간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학교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중인 ㅇ씨(38세)는 “학교 안에 입점된 식당들에게만 혜택을 주려고 학교 앞 상가들에게 교육환경권을 논하며 방해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간 학교와 지역간의 소통부재가 서로에 대한 불신만 낳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학교와 지역 간 소통부족의 또 다른 예로, 지역인사인 ㄱ씨(65세)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들 수 있다. 그는 학내에서 ‘교육환경수호자’와 같은 존재로 알려졌다. 그는 호원당 부지에 대형쇼핑몰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고, 그 곳에 공원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원당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진정서를 받기도 하고, 구청에 민원도 제기했다. 이같은 그의 행동은 우리 학교와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 내에서 ‘상업화 반대운동’을 하는 학생들과 교직원 일부는 그를 ‘학교 앞 교육환경을 수호하는 파수꾼’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그는 우리가 알고 있던‘교육환경수호자’가 아니었다. ㄱ씨는 온전히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쇼핑몰 반대 운동을 진행해 온 것이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파비·신촌민자역사 등 대형쇼핑몰이 이대 상권에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상업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다.

또한 그동안 학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소송에 불리할 때, 상업화에 반대하는 이화여대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지역간의 소통창구가 한 사람 뿐이었던 것도 문제였지만, 그 소통창구 조차도 믿을만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그의 사례를 통해 그 동안 우리 편이 있다고 믿었던 ‘학교 밖 ’ 교육환경수호자는 결국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업화 반대’라는 이화인들의 순수한 목적조차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용 당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2005년, 이제는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 내부의 많은 힘이 필요할 때다. 동시에 학교 주변의 지역인들과도 끊임없는 소통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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