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를 ‘찰칵’하다
학보사를 ‘찰칵’하다
  • 이유영 기자
  • 승인 200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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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짓한 학보사 겨울방학 일정 동안 남들은 한 번도 겪지 못한 일들을 나는 여러 번 겪었다. 색인 때는 밤새 컴퓨터로 작업했던 게 정전 하나로 모든 것이 날라 가는 뼈아픈 경험을 체험했다. 여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하늘은 이런 날 그냥 두지 않았다.

OT 과제 때는 한 취재원이 약속을 자꾸 변경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했던 약속을 취소해야 했고, 대학로에서 집회가 있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해 갔으나 집회는 안하고 공중전화 박스 위에서 어느 한 아저씨가 신나게 노래만 부르고 있었다. 실전 고발 취재 때는 예상했던 기사가 깨지면서 일간지 고발 기사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마시킬 수 있는 나만이 경험한 좋은 소식도 있다. 바로 난 75기 ‘사진부’수습기자가 된 것이다. 자동카메라와 디카에만 익숙한 나에게 수동카메라는 어려운 존재이다. 처음 수동카메라를 접했을 때 카메라 렌즈 안속에 있는 글씨가 보이지 않아 하루 온종일 내내 카메라 안만 쳐다보고 있어야 했다.

또 초점을 다 맞추고나면 내가 찍으려고 했던 상황은 이미 사라지고 엉뚱한 비둘기 떼만 상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난 프로가 아니라 초보잖아… 그리고 수동카메라는 처음 다뤄보는 데 실수는 당연한거지…”라며 스스로 위안도 해 보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필름 한통을 다 찍어 현상했을 때 내가 못 찍었다는 건 다 잊어버리고 그저 내 느낌이 필름에 표현돼 내 눈에 보이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

때마침 한국언론재단에서 ‘보도사진전관람’을 하고 있어서 프로 기자들의 숨결을 느끼고자 찾아갔다. 그때 앞으로 2년 동안 내가 학보사에서 찍을 사진은 예술 사진보다 보도 사진에 가깝다는 것, 허나 딱딱한 보도 사진이 아닌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예술이 가미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름다움을 위해 정보를 왜곡한 사진보다 오히려 진실에 바탕을 둔 사진이 더 진하게 감동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대상을 수상한 사진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언젠가 그 먼 훗날, 누가 내 사진을 보고 이렇게 감동의 눈물을 흘려줬으면…’하며 말이다.

사진부 수습기자·취재부 수습기자의 2가지 발을 동시에 뗀 만큼 남들보다 2배로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난 두렵지 않다. 내겐 75기 동기가 있으며, 사진부가 있고, 대학취재부가 있고, 학보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도 남들은 겪지 않았던 힘든 경험을 미리 했으므로 이미 난 방학일정동안 액땜을 한 것이다.^^;;

“75기 사진부 수습기자가 되겠습니다. 사회학과 2학년 이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