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아스팔트를 맨발로 걷는 상상을 해본다. 눈에 보이는 이글거림과는 다르게 몸으로 전해오는 얕은 전율이 있을 것만 같다. 나의 예비 수습과정은 마치 그것 같았다.

앞으로 다가오는 제작에 대해 나는 잔뜩 호기심을 가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많이 힘들 거라는 선배들의 한마디 한마디와 방학 때의 빡빡한 일정을 겪고 나니 제작기간에 대해 기대만 할 수는 없다.

학보사 첫 출근날인 1월3일(월)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 한 손엔 지난밤 스탠드 아래서 나를 괴롭혔던 색인과제를 들고 피곤하지만 긴장돼 또렷한 눈으로 학보사에 첫 발을 디뎠다. 처음 몇 일간은 새로 있게 된 이 공간이 낯설어 철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머뭇거릴 정도였다.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해서 목까지 올라온 말들을 삼켜버리는 일도 많았다. 또 매일 받았던 교육들은 하루 5시간 이상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러나 벌써 두 달이 지나 나는 지금 진짜 신문제작을 하고 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더 많아 서툰 일 투성이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 당장 내일이면 마감 때문에 처음으로 학보사에서 밤을 샐지도 모르지만 그게 싫지 않다. 벌써 이곳에 애정이 싹텄나 보다.

솔직히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 생각도 했었다. 내 위치에서는 열심히 했지만 동기들보다 시간을 적게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결과물은 차디찬 비판을 받았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약해져 내가 정말 이 조직에 합당한 사람인가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긴긴 성찰 끝엶학보사는 게을러져버린 마음을 다잡고 나를 한 단계 진보시켜주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나를 믿고 뽑아주었던 선배들과 되고나서 화이팅을 외치며 내앞에서 웃던 친구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바쁜 일정과 가끔 터지는 사건들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절망과 싸우는 그 시간에도 나는 분명 기사를 쓰고 있을 것이다. 포기할 일은 없을 테니까.

이기고 나면 언제나 후련함을 느낀다. 2년 뒤 나는 이대 학보사의 기자로서 살아왔음에 후련함을 느끼고 싶다.

기자여 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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