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도착하면 오전10시쯤 되겠구나. 그럼 입학처에 들러서 자료를 받아야겠다. 그 다음 기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학보사에 가서 도서관이랑 타대 도서관에 연락을 해야지. 남은시간동안 게시판 문건을 작성해서 오후1시까지 제출하고, 기사 초고 하나 작성하고 나서 오후3시 반에 중간점검 회의에 참여하면 되겠다 ’

오늘 오전9시 집을 나서면서 지하철역에 가기까지 내가 머릿속으로 되뇌인 생각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두 번째 방학을 고스란히 학보사와 함께 보냈다. 귓가에 쌩쌩 바람소리가 들릴만큼 추운 날도, 몸이 너무 아파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날도 나는 이렇게 지하철역까지 가면서 하루 일정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물론 아침에 생각한 이 일정이 정확히 지켜지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사실 오늘도 기사가 하나 깨져서 새로운 방향으로 기사를 수정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이 긴장상태를 내가 조금씩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말에는 색인과제를 하느라 며칠을 모니터와 신문만 바라보고 있기도 했고, 오티과제를 위해 오전에는 대전에 다녀오고 오후에는 전시회를 관람한 날은 똑같은 하루를 이렇게 길게 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또 방학 초기에는 지하철에서 신문을 다 읽기가 참 힘들었는데 방학일정이 끝날즈음 되니까 같은 시간에 일간지를 다 읽고 상평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내 스스로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또 조금씩 나아지고 있나보다.

할 일 없이 멍하니 있는 시간을 싫어하던 나였다. 그래서 잡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바쁜 이 생활이 좋다. 시간을 헛되이 보낸 1학년 시절, 하는 일 없이 흘려보낸 지난 여름방학이 후회스럽다.

두달간의 방학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데.

앞으로 2년이다. 혹시라도 너무 지쳐 주저 앉고 싶을때면 수습 신고식때의 설렘을 기억하자.

"75기 수습기자가 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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