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랑연구할랩(Lab)]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권에 악영향…“결국 임대료가 문제”
편집자주 | 우리대학은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지만 94곳의 연구 기관을 보유한 연구터이기도 하다. 이대학보는 변화를 이끌고 현실을 포착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1719호에서는 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 김단야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상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들어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약 5년이 흘렀다. 당시 사람들은 외출을 최소화했고, 자영업자들은 유동인구 감소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 우리대학 김단야 교수(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는 서울시 상권 매출 데이터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 연구는 단순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영업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증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종별, 상권별로 피해 정도가 달랐다는 점을 시사했다. 본지는 19일 김 교수를 만나 팬데믹이 서울시 상권 전반에 입혔던 손해에 대해 알아봤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코로나19 팬데믹(팬데믹)으로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은 2020년 초부터 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뉴스는 매일같이 나오지 않았나. 이러한 뉴스들이 계기가 됐다. 팬데믹이 상권 매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피해가 지역마다 어떻게 다르게 나타났는지 실증적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상권 매출 데이터가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김 교수는 서울시 상권 매출이라는 데이터를 업종과 상권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분석했다. 상점이 어떤 업종인지와 어떤 상권에 위치하는지 나타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 변화를 살폈다. 그는 팬데믹 이전 시기와의 비교를 위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시간에 따른 상권 매출의 변화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이웃한 상점 혹은 상권 사이의 관계도 고려했다.
팬데믹은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팬데믹 시기 상권 매출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보다 중요한 지점은 매출 감소가 업종과 상권별로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소매업 분야에서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양상을 띠었다. 음식점업은 소매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손해를 보였다. 상권에 따라서는 전통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나 정부에서 지정한 관광특구보다 피해 규모가 컸다.”
소매업의 피해가 가장 컸던 이유는
“팬데믹 당시를 떠올려보면 외식은 못했지만, 배달은 엄청 시켜 먹지 않았나. 방식만 외식에서 배달로 바뀌었을 뿐 소비는 그대로 이뤄지니까 음식점업의 매출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것으로 봤다. 반면 소매업 같은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정말 중요하다. 외식하기 위해 나온 누군가가 길을 걷다 소매업 상점에 들어가 소비할 수도 있다. 직접 상점에 방문해 소비하는 이들이 많은 소매업은 유동인구의 숫자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염병이다 보니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지 않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까지 겹쳐 유동인구가 확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소매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상권 매출을 공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공간적 파급효과’라는 개념을 활용했다. 예를 들면 신촌 상권에 많은 사람이 방문해 매출이 늘어났을 때, 주변의 이대나 홍대 상권도 매출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인접한 상점 혹은 상권의 매출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공간적 파급효과다. 근처 상점에 방문하는 유동인구의 수가 중요한 소매업 상점들에게 ‘공간적 파급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상권별로도 매출 하락은 다르게 나타났다. 전통시장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연구에서는 상권을 4가지 특성에 따라 △관광특구 △발달 상권 △골목 상권 △전통시장으로 분류했다. 관광특구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상업 지역으로, 정부에서 지정하는 구역이다. 그 예시로는 서울 명동 일대가 있다. 발달 상권은 광화문이나 종로처럼 도시의 중심이 되는 상권이다. 백화점 같은 큰 상점을 중심으로 주변의 상권도 함께 발달한 사례가 많다. 골목 상권은 우리대학 앞처럼 골목길 사이사이에 여러 상점이 위치하는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전통시장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시장을 의미한다.
4가지 상권 중에서도 전통시장이 팬데믹에 의한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다. 전통시장은 길목 자체가 좁아 방문 시 사람들과 접촉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방문객들은 낡은 건물로 인해 해당 공간이 바이러스 감염에도 취약할 것이라고 인식했다. 팬데믹 당시에는 전통시장의 이러한 특성이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했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방문을 꺼려 큰 타격이 나타났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전통시장 다음으로 매출 하락이 컸던 지역은 우리대학 앞 상권이 해당하는 골목 상권이다. 김 교수는 골목 상권 또한 길이 좁고, 인구밀집도가 높아지면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가진다고 봤다. 코로나19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매출 하락은 자연스레 폐업으로 이어지나
“매출이 줄어들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핵심 요인은 임대료 부담이다. 성수동이나 이태원처럼 팬데믹 이전부터 임대료가 높았던 지역은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임대료가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 당시 ‘착한 건물주 운동’처럼 일부 감면 조치가 있었지만, 한두 달 수준의 임시적 지원으로는 누적된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 결국 매출은 크게 줄어드는데 임대료를 포함한 고정비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 구조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우리대학 앞 상권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과거 부흥기에 임대료가 높아진 상황에서 매출 하락을 마주한 자영업자들이 이에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나 비교적 유동성이 좋은 카페만 상권에 남게 됐다고 봤다.
해당 연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팬데믹은 재난이었다. 재난이 사람들의 일상을 포함한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피해는 일률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업종과 지역에 따라 편차를 두고 발생한다. 재난 상황에서 지원책을 준비할 때, 앞선 연구 결과를 참고해 세세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좋겠다.”
김 교수는 죽은 상권을 한 번에 살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상권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지역에 적합한 상권이 조성돼야 한다고 봤다. 방문자가 많아져야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며, 지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상권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이나 방문객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지 물어보고,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상권이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