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side / 이스트사이드] 교환학생, 무엇을 위해 왔었지?
‘무엇을 위해 교환학생이 돼 미국에 와 있는가?’ 교환학생 생활 동안 간혹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질문이다. 개강 후에 한 달 정도는 적응하기에 바빴고,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했고, 수업에도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며 마치 신입생이 된 것 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종강이 한 달 남은 지금, 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물려버린 학교 식당 음식, 그리고 다시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 된 것 같은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새로운 곳에 있지만 학교에 다니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무료함에 빠져 있다 보면 왜 교환학생에 지원했고, 내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를 간혹 잊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8월에 처음 썼던 기고문을 다시 읽어봤다. 정체된 것 같은 느낌과 일상의 허무함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했던 미국행. 남은 기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일본인 룸메이트 마미와 교환학생이 되기로 한 이유와 미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보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 다뤘던 주제이지만, 최근에 나눈 대화에서는 두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의 감상이 더해졌다. 마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다고 했다. 마미는 연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녀의 전공은 연기가 아니기에, 이곳에서 연기 수업을 신청했다. 또 마미는 곧 내정돼 있는 회사에 입사할 예정인데, 사내 국제 부서에 입사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미국으로 파견을 나오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의 삶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 마미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자신의 이상을 위해 교환학생이 된 마미가 약간 부럽게 느껴졌다. 나는 뚜렷한 목표나 오래된 꿈이 없었더라도 눈앞에 놓인 것들을 큰 고민 없이 하고 보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면이 나에게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하는 동안 동기와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 미국에서 살고 싶냐고 물었을 때, 몇몇 친구들은 미국의 문화가 마음에 들고 이 곳에서의 경험에 만족하기 때문에 여기에 남고 싶다고 답변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해외에서 살거나 직업을 가지고 싶지 않다는 나만의 방향성을 찾았다. 이곳에서의 삶이 즐겁고, 문화나 일상적인 부분도 마음에 들지만 마냥 해외에 환상을 가지고,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사는 것이 무조건 행복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행’과 ‘사는 것’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다. 대학생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과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찾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름 스스로에 대해 알아보자는 모호한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 경험, 다양한 친구들과 영어 공부. 가장 크고 기초적인 것을 목표로 이곳에 와 있다. 잘 갖춰진 국제 학생 프로그램과 친절한 현지인 친구들 덕분에 목표들을 나름 잘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 가을을 지나 날이 점차 추워지고, 해도 짧아지면서 공허함에 더해 우울감을 가끔 느낀다. 여기에서 만난 친구들이 각자 집에 돌아갈 비행기를 끊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또 환율, 비자, 기숙사와 장학금 등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절차와 메일들을 신경 쓰는 것도 쉽지는 않다(필자는 26-1학기에 다른 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이어갈 예정이다). 종종 교환학생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이들을 보는데, 굳이 거창한 이유가 없더라도 아는 이 하나 없는 외국에서 살아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준비 절차부터 외국에서의 삶까지, 차근차근히 해내다 보면 내가 외로움과 피로함을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모든 경험들은 나중에 비슷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난 이미 해봤기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내게 가져다줄 것이다. 결국 교환학생의 가장 큰 의의는 이때의 추억으로 앞으로의 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함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