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이 바라는 제58대 총학은
제58대 총학생회 선거를 9일 앞둔 시점, 본지는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화인이 원하는 총학생회의 역할을 알아봤다. 이화인은 고질적인 문제로 논의되는 등록금 부담 완화와 수업권 개선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총학생회와 긴밀한 연관을 맺는 자치 단위는 권리 의제를 인식하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인의 가장 큰 요구는 등록금 부담 완화와 수업권 개선
학생들은 올해 3.1% 인상된 등록금에 대해 제58대 총학생회(총학)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총학의 임기 시작 직후에 예정돼있다. 총학으로서 첫 번째로 수행하는 사업이기도 해 학생들이 바라는 바가 크다. 장유나(디자인·22)씨는 “500만 원의 등록금이 조예대에 오롯이 쓰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등록금 사용처에 대한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서(커미∙23)씨도 “등록금과 학부, 학과 활동 지원에 있어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등록금 인상률과 더불어 교육 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총학이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수업권 개선을 위해 학점포기제 재도입과 수강신청 시스템 보완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교 당국은 성적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학점 공신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학점포기제 재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백지민(소비자·23)씨는 “다양한 분야의 복수전공 학과를 살펴보기 위해 학점포기제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수강 신청”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스텝업)이 진행한 정규학기 수강신청 전공과목 수요조사에 매번 참여했지만 결국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음 총학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채플 개선을 향한 이화인들의 목소리 또한 컸다. 스텝업은 당초 채플 의무 이수 학기 축소와 채플 시간대 다양화를 요구했으나, 학교 당국은 “의무 이수 학기 축소는 불가능하며 시간대 다양화는 2028년 교과 개정 개편 시 논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채플 수업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라(환공·21)씨는 “오후 수업만 있는 날에 채플 하나를 듣기에는 사이 시간이 너무 남는다는 이유로 채플 시간 다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학기만큼은 채플 이수를 면제하거나 그 기준을 유동적으로 낮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활 기반 시설과 대외이미지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셔틀 버스 확대에 대한 요구가 대표적이었다. 한씨는 “아침 등교 시간에 공과대학행 셔틀버스의 배차간격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활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대외 이미지 및 홍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최근 요구를 반영해 위해 유레카 ‘악성게시물 신고센터’ 배너가 신설되기도 했지만 백씨는 “강력한 악성게시물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장의 임기에 따라 일관성 없이 바뀌는 슬로건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도 나왔다. 최서윤(특교∙24)씨는 슬로건 및 이화그린 등 우리대학을 브랜딩하는 총학의 필요성을 말했다.
학내 단위가 다음 총학에 바라는 목소리
이화의 권리·자치 단위들은 스텝업을 ‘권리 친화적인 총학’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음 총학이 나아가야 할 다양한 방향을 제시했다. △장애인권 △기후 △비거니즘 △노동 등 각 영역의 의제는 다르지만, 각 단위는 총학이 다양한 권리 의제를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권 자치 단위 틀린그림찾기(틀찾)는 장애 학생 접근권 향상을 위한 실질적 변화가 있었다며 스텝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텝업은 △장애 학생 라운지 신설 △자동문 설치 △상담실 개설 등 배리어프리 공약을 이행했다. 다만, 틀찾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이동권과 학습권 보장’이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대학 캠퍼스 일부 지역의 도로 폭 제약으로 저상버스 도입이 불가능하므로 “대안적 이동 지원 시스템이나 학교 셔틀 운영 방식 조정 등 현실적인 이동권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리어프리 캠퍼스 환경 조성을 위해 많은 토론과 고민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리 의제를) 주변적 사안으로 취급하지 않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총학이 학생 사회의 대표로서 선제적으로 권리 의제를 말하고 행동하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비거니즘 지향 자치 단위 솔찬(솔찬)과 대학생기후행동 이화여대 지부(대기행)는 스텝업이 친환경 캠퍼스 조성을 위해 노력한 점을 호평했다. 대기행은 ‘ESG위원회 학생 위원 위촉’ 공약을 이행한 것을 높게 샀다. 대기행은 다음 총학은 △건물별 텀블러 세척기 확대 △대동제 쓰레기 최소화 △음식 판매 시 다회용기 도입 등 총학부터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솔찬은 스텝업이 교내 여러 식당에 비건 식단과 비건 옵션 도입에 노력을 보인 점이 기억에 남고, 실제로 학내 비거니즘 접근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더해 솔찬은 동물권에 대한 인식 향상과 함께 학교 당국 차원에서 식단의 다양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학연대모임 바위(바위)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이화나비(이화나비)는 스텝업이 다양한 투쟁과 사회 의제에 연대해 온 점을 좋게 평가했다. 바위는 스텝업의 퀴어퍼레이드 참여, 라라페(Right Light Festival) 개최 등을 높게 평가하며, 다음 총학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도 연대해 주길 당부했다. 이화나비는 스텝업이 학생총회, 동맹 휴강 등 이화인의 목소리에 맞춰 행동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다음 총학이 수요시위를 포함한 사회 연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카드뉴스를 통한 적극적인 활동 공유를 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이화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