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악취 넘어 ‘안전’ 문제로…학생들 “근본 대책 필요”

건축팀 “해결 위한 인력·예산 부족”

2025-11-16     김윤희 기자

교내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악취와 미끄러짐 문제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는 조기 제거 작업과 주기적인 청소로 대응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비용 문제’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눈에 띄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에 떨어져 있는 은행으로 인해 악취와 보행 불편을 겪고 있다. 류은서(커미·24)씨는 “ECC에서 포스코관과 학관에 가는 길에 은행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길이 끈적끈적해진 것이 싫어서 피해 다니는 게 불편하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현경(화학·25)씨도 “기숙사에서 진선미관으로 내려가는 숲길이 은행으로 가득 차 있다”며, “까치발을 하고 서서 열심히 피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내에 떨어진 은행으로 인해 학생들이 보행 불편을 겪고 있다. 변하영 사진기자

불편한 보행환경은 안전 문제로도 이어진다. 우리대학의 가파른 지형 특성상, 으깨진 은행과 낙엽이 뒤엉켜 보행자가 길에서 미끄러지는 안전사고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공채원(간호·24)씨는 기숙사와 종합과학관 사이 경사가 심한 길에서 은행과 낙엽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진 경험을 언급하며 “몸에 은행이 묻어 냄새가 상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 오는 날에는 터진 은행즙이 낙엽에 엉겨 붙어 결국 낙엽이 바닥에서 안 떨어지는데, 이걸 밟고 많이 넘어졌다”고 덧붙였다.

학교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내 조경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처 건축팀 윤종민 파트장은 “매년 9월과 10월 사이 은행나무 열매 조기 제거 작업을 진행하며, 교내 식재된 은행나무 약 500그루 중 약 100그루의 은행을 2회에 걸쳐 털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교내에 있는 수령이 오래되고 큰 은행나무에는 진동 수확기나 채집망 같은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데, 실정에 맞지 않아 이를 이용한 작업이 불가한 것이다. 우리대학의 은행 제거 작업은 장비 사용 대신 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위한 장비를 갖춘 고소작업 차량과 장대를 이용해 사람이 직접 은행을 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윤 파트장은 학내 환경 정비에 있어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기 제거 작업 이후에도 매일 외주 청소 업체에서 떨어진 은행과 낙엽을 청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캠퍼스 면적은 넓고 청소 인원은 적은 관계로 100% 청소는 못 하는 것 같다”며 문제 상황을 토로했다. 또한 적은 인원이 넓은 지역에서 송풍기를 이용해 낙엽을 불어내는 방식으로 청소하고 있어 은행과 낙엽을 완벽히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은 악취와 미끄러짐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열매 수거망 설치’를 제시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우리대학 정문 앞 이대역 거리에 있는 은행나무에는 은행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열매 수거망이 설치돼 있다. 열매 수거망 설치에 대해 윤 파트장은 “우리대학은 큰 나무가 많고 도로가 좁아 열매 수거망 설치 시 차량 통행에 방해가 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관-종합과학관, 음악관-한우리집 길과 같은 좁은 도로의 경우 열매 수거망이 셔틀버스 및 차량의 통행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차후에 설치 가능한 곳에는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근본적 해결책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나무를 구별한 뒤 수나무로 교체하는 방법과 교내 가로수를 수종 변경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건축팀은 교내 가로수만이라도 수나무로 교체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는 비용 문제로 인해 빠른 실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