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한 생성형 AI 사용 평가 기준에 학생 혼란 가중

학생은 '지피티 킬러' 유료 구매해야 "사용 제한 아닌 체계적 교육부터"

2025-11-16     유은채 기자

# ㄱ씨는 이번 학기 <통합적사고와글쓰기> 수업 과제를 AI 도움 없이 직접 작성했지만 'AI 표절률이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최하점을 받았다. 과제 초기 단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을 전혀 쓰지 않았기에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해당 분반 교수는 소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메일을 보내 구제를 요청했지만, "다른 툴로도 교차 검사했으나 결과가 다르게 나오지 않아 형평성을 위해 점수 조정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형적 지피티 말투 등에 근거한 '지피티 사용 의심 내역'도 함께였다. 

노트북으로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이화인의 모습. 출처=이대학보DB

우리대학 내 일률적이지 않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지침으로 학생과 교수자 모두 혼란이 커지고 있다. ㄱ씨처럼 직접 작성한 과제의 AI 표절률이 높게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생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학생 전반이 생성형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세밀한 사용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은 일관되지 않은 AI 지침으로 성적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를 표했다. 고시연(환공·25)씨는 "어떤 수업은 AI 활용을 권장하는 한편, 다른 수업에서는 손으로 쓴 과제로만 평가했다"며 학습 도구로서 AI를 허용하는 기준이 교수자와 분반마다 다르다고 짚었다. 이도경(건도시·25)씨는 모르는 단어나 문법을 묻는 식으로 챗지피티를 과제에 활용하는데 "이런 부분까지 걸릴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성적이 나올 때까지도 긴장된다"고 말했다. 

직접 글을 작성하고도 AI 표절률을 낮추기 위해 글을 수정하는 '주객전도'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씨는 생성형 AI 탐지 서비스도 어차피 AI를 활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눈앞에서 작성하는 걸 보지 않는 이상 믿을 수 있는 장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ㄱ씨도 지피티 킬러가 정확히 잡아낼 때도 있겠지만, 엉뚱한 글을 잡아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많은 학생이 자신의 힘으로 글을 쓴 다음 AI 표절률을 낮추기 위한 퇴고 단계를 거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신원 특정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지피티 킬러는 '카피킬러'의 산하 서비스로, 생성형 AI의 텍스트를 학습한 후 문장 구조나 어휘 사용 패턴을 분석해 AI의 글을 역추적한다. 제휴 대상은 우리대학에 재직, 재학 중인 교직원 및 대학원생에 한정된다. 평가 방식에 AI 표절률이 포함되는 경우, 학생이 미리 확인하기 위해선 유료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영상 편집이 가능한 컴퓨터를 설치하고 교수 동선을 고려해 책걸상을 세로로 배열한 학관 512호. 출처=이대학보DB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며 교수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김일년 교수(사학과)는 "이제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무조건적인 사용 금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교수법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양질의 답변을 얻기 위해선 인간의 학습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를 잘 사용하도록 돕기 위해서 학생의 (지식수준이 높아질 때까지) 사용을 어느 정도 자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적사고와글쓰기> 수업을 맡고 있는 안상원 교수(호크마교양대학)는 최근 과제 비중을 낮추고 시험 비중을 높였다며, "글쓰기 기초를 다지는 통글 교과목 특성상 되도록 AI를 쓰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챗지피티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영향으로 교과 과정과 과제 유형을 바꾼 수업도 있다. <중국현대사의흐름>에서는 글쓰기 과제가 사라지고 '질문 올리기' 과제가 도입됐다. 소논문 작성이 과제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문대 소속인 사학과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정혜중 교수(사학과)는 AI 활용이 보편화되며 결국 생성형 AI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로 성적을 가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안을 보고 궁금한 것을 생각하는 힘이라도 기르자는 취지에서 질문 올리기 과제를 도입했다"고 과제를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AI와 관련해 표준화된 성적 평가 방식과 소명 절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씨는 학생마다 상황이 다른데 대응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교수도 학생도 혼란스럽다며 "형평성을 위해 구제 방안이나 (표절률) 검사 방식을 통일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생성형 AI 표절률을 참고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지만, "성적 평가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학생의 소명 또한 적극 반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수자도 AI 표절률도 억울한 학생이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소명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 안 교수는 지피티 킬러 외에도 2개 이상의 생성형 AI에게 학생 글을 붙여 넣고, △사용하는 단어의 폭 △문장 전개 △문단 구조 분석을 의뢰하고 있다. 정 교수 역시 "아직 AI 표절률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지만, 만약 생긴다면 글의 구상 과정, 서술 내용, 참고 자료 등을 (학생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소명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AI 가이드라인 정교화에 앞서, 사용법 교육 및 안내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대학 131곳 중 71.1%는 학생 평가 항목에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공식 지침이 전무하다. AI안전연구소 이성원 연구실장은 "해외에서는 중·고등학교 단계부터 표절과 인용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 학생들의 표절 인식 수준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는 "활용 자체에 제약을 두기보다 AI 사용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