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재학생 문학상] 우수상 시 수상 소감, '접는다는 것'
저는 종이접기를 잘하지 못합니다.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선을 따라 종이를 접는 간단한 행위를 참 어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접는 것’ 중에서 제가 서툰 건 종이접기뿐만이 아닙니다. ‘내 꿈을 접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흔히 이과가 문과보다 취업이 잘된다고 하지만, 저는 학창 시절부터 문과생인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학문인 지리학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고, 전공을 말할 때 누구보다 자랑스러웠습니다. 시 ‘종이접기’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금전과 안정만을 목적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사회의 흐름에서 비껴가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자는 — 조금은 철없는 권유입니다. 이 넓은 세계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건 엄청난 행운인데, 학생들에게 ‘꿈’이란 가치를 빌미로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세상이 야속하지 않습니까? 왜 우리에게는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는 걸까요? 하나는 꿈을 접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공부를 해 성공하는 것, 또 하나는 꿈을 이루려 했으나 실패해 결국 사업만 접고 마는 것. 그러니 결국에는 전자를 선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이지선다의 정답을 확정지으려 합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취업 준비 기간에도 여전히 같은 마음일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먼 훗날 이 시기를 돌아볼 때, 지금을 미치도록 그리워할지언정 후회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이 제 꿈에 대한 존경이자, 이 시의 마침표입니다. 누가 알까요? 지금 당장은 현실 대신 낭만과 청춘을 좇는 ‘진 사람들’로 보일지 몰라도, 이들이 십 년 뒤에 멋지게 나타나 환한 손인사를 건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