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재학생 문학상] 산문 심사평, '두고 온 모든 것이 결국 내 안에 있다는 확신'

2025-11-09     박덕규 심사위원(소설가·문학평론가)

소설 28편 중 6편, 수필 19편 중 7편이 본심에 올라왔다. 소설 부문은 <고래낙하>(임서진), <이사>(전다현), <엶에>(손가은), <방들은 고립되어 있고>(전지원), <고래>(김민조), <귀향>(조아령), 수필 부문은 <다시 만난 쥬라기>(서지우), <목소리를 잃어버린 날에>(전수현), <불공평한 인생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기>(최현서), <방문객>(홍소연), <김이 피어오를 때>(LINYIZHEN), <‘그리고’로 이어지는 마음들>(정인아), <경우의 수>(정유진) 등이었다.

소설 부문은 전반적으로 소설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플롯을 통해 형상화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개과정에서 스토리 연결이 부자연스럽거나 인물간의 갈등이 약하거나 시점의 혼돈이 일어나는 등의 약점이 곧잘 드러났다. <고래낙하>는 친구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성장하고도 그 사실에 연연해 하지 않고 남에게 봉사하는 삶에 투신한 언니를 동생 ‘나’가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을 ‘고래낙하’로 상징화해 눈길을 끌었다.

수필 부문은 의외로 사연이 풍성해서 일차적으로 읽을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숙고하게 만들었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날에>는 글쓴이의 개성이 빛난다. 자신의 뜻을 또렷하고 큰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대신, ‘크지 않은 헛기침’으로라도 자신의 가치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는 소신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불공평한 인생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는 각각 다른 두 사람에 대한 과외체험에서 느낀 소감을 안정되게 피력한 글이다. 얼핏 소박해 보이지만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는 태도가 묵직하게 전달돼 온다.    

<다시 만난 쥬라기>는 소재 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자랄 때부터 ‘쥬라기월드’로 대표되는 공룡 세계에 심취해 성장한 사람으로서의 취향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흔히 한시절 몰두하다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해 그 가치를 몰각하기 쉬운데, 이 글은 “두고 왔던 모든 것이 결국은 전부 여기, 내 마음 속에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수필 <다시 만난 쥬라기>를 최우수상, 소설 <고래낙하>와 수필 <불공평한 인생이지만 한 걸응 더 나아가기>와 <목소리를 잃어버린 날에>를 우수상으로 결정한다.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