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범죄 데이터를 지도에 새기다···이화에서 NYPD까지의 도전

미국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자리에 선 이화인들

2025-09-28     변하영 사진기자

편집자주 | 해외에서의 커리어는 멀게만 느껴지지만, 기회를 붙잡는 순간 현실이 된다. 넓은 땅 미국에서 이화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미국에서 길을 낸 이화인들을 그들의 일터에서 만나 도전과 성장의 여정을 들어봤다. 이번 기사에서는 해외에서 일궈낸 삶의 여정을 전하며 재학생과 동문 모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하고자 한다. 

NYPD(뉴욕 경찰국)에서 일하고 있는 원혜미(경영·09년졸)씨. 변하영 사진기자

 

현재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뉴욕 경찰국(NYPD·New York Police Department)에서 지리 공간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범죄와 관련된 시공간 데이터를 해석한다. 이런 자료를 통해 범죄 집중 발생 지역, 총격 발생 지역 등을 나타내는 뉴욕 주의 범죄 지도를 만든다. 범죄 지도는 현장에 있는 경찰의 실무에 활용된다.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어느 구역에 경찰을 배치할지, 보안 검사 를 할지 결정할 때 사용된다. 다양한 인적 자 원들을 재배치하는 지침을 제공하는 셈이다. 또한 미국 세인트 조셉 대학교(Saint Joseph’s University) 필라델피아 캠퍼스 사회학/범죄 학부에서 겸임교수로 지리 정보 시스템 소프트웨어 공간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만의 특별한 직업 문화가 있나 

전에 일했던 뉴욕 주 정부는 직원 대부분이 백인이었다. NYPD에는 흑인, 백인, 동양인, 아프리카인 등 여러 인종이 모여 일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경력 단절 걱정이 없는 환경이다. 특히 뉴욕주는 가족 복지가 잘 갖춰져 있다. 유급 가족 휴가 제도가 있어 아이 돌봄을 위해 주 1회 쉴 수 있다. 

 

뉴욕에서 일하며 많은 리더를 만나봤을 것 같다.

닮고 싶은 좋은 리더란 

팀원이 계속 도전하도록 독려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리더가 편하자고 구성원의 커리어를 제한하면 안 된다. 팀원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커리어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리더가 도전하고 성장하고 싶은 만큼 함께 일하는 구성원도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혜미씨는 "NYPD에는 여러 인종이 있어 '다양성'이 존재해 좋다"고 말했다. 변하영 사진기자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자신의 강점을 이야기한다면 

도전 정신이다. 한국에서 경찰 공무원을 하던 중 미국으로 온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말렸다.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연고지 없는 미국으로 유학을 왔지만 걱정 없었다. 걱정이 없는 것이 성격인 것 같다. 철저하게 계획하기보다는 때에 맞춰 융통성 있게 해결하는 편이다.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삶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NYPD에도 계속 있을 생각은 없다. (웃음) 지금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계속 도전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 한다. 남들 보기에 좋으라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끔 지칠 때가 있으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나아갈 힘을 얻는다. 통근 기차를 타고 그랜드센트럴역에서 내리면 바쁘게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 풍경을 볼 때면 모두 각자의 길을 향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에너지를 얻고는 한다. 

원혜미씨는 “미국은 학부 성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보기 때문에 성적이 낮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변하영 사진기자

 

미국으로의 여정까지 이화가 준 도움은 

이화를 다니면서 배운 독립성이 도움이 됐다. 학부 시절에 경험한 모든 활동이 지금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연극 동아리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을 배웠고, 경영학과에서 배운 통계학은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기반이 됐다. 미국에 와서도 이화에서 이어진 연이 도움이 됐다. 뉴욕 동문회 선배님들께 많은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들을 받았다. 

 

미국으로 취업하고 싶은 이화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으로 나와라. 주저하고 있다면 이미 준비가 된 것이니 걱정 말아라.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된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곳이기에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된다. 조금씩 다른 각자만의 영어도 모두 영어이니, 두려움은 덜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미국은 전문성에 가치를 둔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을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