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타고 독일행] 독일에서 기차 탈 때는 명심 또 명심
독일 시각으로 23일 오후6시30분, 드디어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했다고 해서 두 발 뻗고 쉴 수 있는 내 집에 도착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auptbahnhof), 마르부르크역(Marburg)을 거쳐 집 도착까지 3시간의 시간을 예상했지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한 가지 변수를 만나,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리듬 타고 마르부르크 왔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었던 것과 달리 내가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당황스러웠다. 23일 저녁에 대체 어떤 변수를 만났는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는 지하철은 잘 탔다. 그래서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같은 지하철 칸에서 친절한 독일 중년 신사를 만나 스스럼없이 이야기도 나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 점이 생각보다 큰 변수였다. 사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치안도 좋지 않고 굉장히 번잡하기로 유명하다. 낯선 이방인에게 마르부르크행 기차를 잘 탈 수 있도록 짐까지 들어주며 플랫폼까지 데려다준 그 신사에게는 큰 고마움을 느끼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마르부르크에 도착하지 못했다. 내가 탄 기차는 놀랍게도 마르부르크의 전 역인 기센역(Gießen)에서 두 갈래로 목적지가 나뉘어 분리되는 분리형 기차였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하나의 기차가 분리돼 서로 다른 목적지로 향하다니.
며칠이 지난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투성이다. 왜냐하면 기차에 타기 직전, 내가 예매한 기차가 마르부르크까지 가는지를 중년 신사가 역무원에게 확인했고, 확인한 뒤 중년 신사가 특정 칸까지 나를 데려다줬으며, 그리고 열차 이동 중에 역무원으로부터 표 검사도 잘 받았기에, 마르부르크에 잘 도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마르부르크역이 아닌, 마르부르크부터 차로 1시간 떨어진 헤르보른역(Herborn)에 떨어졌다. 9시20분에 마르부르크역에 도착해야 하는데, 9시26분까지 정차하지 않고 있음을 깨닫고 내린 역이 헤르보른역이었다. 9시20분에 마르부르크역으로 데리러 오기로 한 셰어하우스 사람들이 차로 1시간을 달려 나를 헤르보른역으로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23일 밤에 노숙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어디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적어도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독일 기차를 잘 탈 수 있는 팁을 적어보겠다.
첫 번째, 기차표 시간을 넉넉하게 생각한 뒤 구매하자. 가장 기본이지만 나는 지키지 못했다. 6시30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입국심사와 짐 찾기를 해결하고 나오니 벌써 1시간이 지나있었다. 지하철표를 구매하는 데 약 15분의 시간을 쏟고, 8시15분경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도착하니, 기차를 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수상하게 열차가 길다면 의심하자. 그리고 기차 중간이 끊어져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자. 내가 탄 기차는 열차 두 대가 이어져 있는 형태의 기차였기에 다른 기차보다 훨씬 길었다. 이것만이라도 인지했다면 이어진 차 중, 앞차를 타야 하는지 뒤차를 타야 하는지를 인지하게 된다. 나는 마르부르크행 앞차를 타야 했는데 뒤차를 탄 것이다. 세 번째, 표를 구매한 앱, ‘디비 네비게이터(DB Navigator)’의 기차 번호를 역무원에게 확인하고 타자. 모르면 바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생각하면 할수록 독일에 도착한 날의 일정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됐다. 애초에 23kg 캐리어 2개에 백팩 1개, 더플백 1개를 동시에 메고 약 3시간을 이동하는 여정은 정말 쉽지가 않았다. 나 자신을 과신했던 것 같지만, 독일 여행을 하면서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했을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사고를 바꿨다. 물론 셰어하우스 사람들이 데리러 오는 그 1시간은 정말 춥고 무서웠지만, ‘조금 많이 불규칙적’인 리듬을 타고 마르부르크에 왔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또한 그냥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독일에서의 생활을 더 재밌게 보내야겠다고도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 글을 읽었다면, 부디 나 같은 경험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