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차질 불가피" ··· 생명윤리위원회 심의 지연 논란
생명윤리위원회, 시스템·인력난에 발목 잡혀 절차 지연에 연구자 불만 고조
우리대학 생명윤리위원회(위원회)가 인력난과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연구자들은 위원회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자들은 위원회에 대해 심의 기간이 길고, 서류 구비가 복잡하다는 점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타대학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 전환을 고려하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ㄱ교수는 “심사가 평균 4~5 개월 이상 소요돼 연구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타대학의 경우 인간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연구는 서류를 간소화하고 위원회 면제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한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ㄴ교수는 “심의 과정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원칙도 맞지 않다”며 위원회 심의를 받을 일이 있 으면 차라리 외부 연구자를 섭외해서 공동 연구로 바꾸고 외부 기관에서 심의를 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ㄱ교수와 ㄴ교수는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인간대상연구, ◆인체유래물연구 등의 윤리적, 과학적 타당성을 검토해 연구를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 계획의 타당성과 연구 대상자 보호가 위원회의 주목적이며, 연구 승인뿐만 아니라 수행, 종료, 결과까지 연구의 전체 과정을 검수한다.
위원회는 △심의 신청 건수 증가 △연구자 역량 차이 △위원회 인력난을 심의 진행 어려움의 주원인으로 짚었다. 심의 신청 건수는 2021년 962건에서 2022년 1214건으로 급증한 이후 현재까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위원회는 “연구 증가와 위원회를 통한 연구 승인의 중요성 인식 확대로 인해 심의 신청은 계속 늘고 있으나, 기존 인력과 예산으로 운영” 중이라 늦어진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연구 계획의 타당성이나 생명윤리 지식 부족으로 인해 재심의”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며, 연구자 역량에 따라 심의 기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심의 기간을 늘리는 주요 요인이다. 위원회 실무진은 특임교수, 겸직 중인 직원, 계약직 연구원 단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위원회 산하 3개의 소위원회 정기 회의를 운영하며 매월 100건 이상의 연구 계획을 검토한다. 실무진은 심의 지원 외에도 행정적 검토, 위원 교육 역할을 수행하며 업무가 과중된 상태다. 특히 특임교수는 심의 위원을 겸직하며 행정 업무 외 심의 과정에도 참여하는 상황이다.
각 소위원회를 통해 매월 약 36건을 살피는 심의 위원도 부담이 크다. 위원회는 “(심의 위원은) 매달 약 1시간의 회의와 별도의 연구 계획 사전 심의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 투입이 요구되며 무거운 책임감을 수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위원에 대한 지원은 교원평가 봉사점수와 교내 규정에 따른 소정의 심의비가 전부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위원의 활동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 토로했다. 위원회는 행정적 검토와 함께 연구 및 학과 특수성을 고려한 컨설팅을 제공해야 하는 중책으로,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된다. 최지향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누군가의 봉사와 희생에 기대는 것이 아닌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학교가 원하는 세계적인 연구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며 “정규직 연구원을 더 많이 확보해 빠르게 심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교수(사회과교육과)는 “심의 위원 수와 정규직 행정 인력을 더 증원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대학은 교육뿐 아니라 연구 기관의 역할도 하고 있기에 연구 실적을 내는 것은 중요하다. 저명한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다. ㄱ교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연구 승인을 받는 것이 필수”라며 연구자 중심으로 승인을 받는 과정을 간소화하고 효율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해외 학술지에서는 위원회 심의 과정이 필수적이고 국내 학술지도 의무화 추세”라며 “연구윤리를 강조하며 국제적 수준의 연구를 하라고 독려하는데, 그러려면 위원회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위원회 실무진은 심의 과정을 “자유를 제한하거나 연구 수행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연구 대상자 권리와 연구 신뢰성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연구 현장 지원 강화 의지를 밝히며 “제한된 인력과 예산 내에서 심의 지원을 높이기 위한 내부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체유래물연구: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세포·혈액·체액 등 인체 구성물 또는 이들로부터 분리된 혈청, 혈장, 염색체, DNA, RNA, 단백질 등을 직접 조사·분석하는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