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청년들 "일상 속 보이콧 중요"
우리대학을 비롯한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연대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가담한 한국 기업을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문화를 알리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약해 보이더라도 일상 속에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사회, 팔레스타인과 함께하다
지난 5일 학내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일조한 △HD현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을 비판하는 피켓팅이 있었다. 피켓팅에 참여한 류지원(사회∙21)씨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집단학살을 우리가 잊지 않고 주시하고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행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많은 한국 기업이 동조했다. HD현대가 이스라엘에 수출한 중장비들은 최소 10년 이상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과 농지를 파괴했다. 해당 사건은 유엔(UN)에서 발표한 보고서에도 언급됐다. 한화시스템은 이스라엘의 무기업체와 무기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LIG넥스원은 이스라엘군에 군용 로봇을 공급하는 미국의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했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도 자회사를 통해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 해안 탐사권을 취득해 사업을 운영 중이다.
13일~14일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여러 동아리가 2025 신촌글로벌대학문화축제에서 문화체험 부스를 열기도 했다. △우리대학 인티파다 △한양대 자이투나 △연세대 얄라 연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공동 주최했다. 부스에서는 아랍어 캘리그라피로 이름 작성하기, 팔레스타인 음식 시식하기 등의 활동이 진행됐다. 인티파다 대표인 아티아 알레 와엘 아라키이(Atia Alaa Wael Araki∙정외∙24)씨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조선에서 시행했던 민족말살정책을 예시로 들며 점령은 군사적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화를 아주 오래전부터 지우고 있다”며 “사라져가는 팔레스타인 문화를 알리기 위해 (부스의 주제를) 문화체험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연대는 대학가 밖에서도 이어졌다. 매주 평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1인 시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본지가 방문한 16일, 471일차 1인 시위의 참여자 계원예술대학교 학생∙소수자권리위원회 몽구스(활동명)씨는 이번이 두 번째 참여로 “집단학살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1인 시위 담당자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누르(활동명)씨는 청년들이 꾸준히 1인 시위에 나온다고 언급했다.
일상과 대학에서 보이콧 실천할 수 있어
청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방법으로 BDS 운동을 제시했다. BDS란 △보이콧(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의 약칭으로,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을 향한 학살 및 점령 행위의 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이다. 친이스라엘 기업을 불매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가해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는 행동이 대표적이다. BDS 대상 기업으로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코카콜라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스웨덴 룬드대(Lund University) 아말리아 투어노넨(Amalia Tuononen)씨는 “커피는 스타벅스 외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다”며 BDS 운동이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지지하는 가장 명확하고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이들은 대학에서는 ‘아카데믹 BDS’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카데믹 BDS는 국내 대학과 기업들에 이스라엘 기업이나 대학, 연구실과의 협력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다. 한양대 자이투나의 펠탄 두니아(Feltane Dounia∙데이터사이언스∙24)씨는 “생각보다 많은 한국 대학이 이스라엘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러한 협력 관계는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여러 대학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평화를 지향하겠다고 내세우는데, (이러한 협력이 지속된다면) 이것들은 모두 텅 빈 수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역사를 직시하고,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인티파다의 누르 아이다 바트리샤(Nur Aida Batrisya∙사보∙23)씨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은 2년 전에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라며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 뿐 오래전에 시작된 일”이라고 말했다. 알레씨는 BDS 실천의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의 오랜 피해를 알게 된다면 자연스레 BDS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은 연결돼 있다"
청년들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알레씨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어느 한 곳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면 우리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타국의 상황도 주시해야 하듯, 인권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하는 보편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피켓팅 참여자 김명희(사회∙24)씨도 “우리의 삶은 내 삶으로만 끝나지 않고, 팔레스타인 해방도 우리와 연결돼 있다”며 시위 참여나 소비 습관 변화로 팔레스타인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니아씨는 “한 인간으로서 인권이나 인류애 같은 가치를 위해 함께 헌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자연스레 연대하게 됐다고 답했다.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팔레스타인 연대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얄라 연세의 김태양(사회∙18)씨는 매주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에 “즉석에서 동참하는 한국인들이 늘었다”며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반응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기여한 책임이 있는 서구권 대학 사회의 팔레스타인 연대와 한국의 환경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가 늦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대중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다”며 이러한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