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side / 이스트사이드] 평행 세계에서의 도전과 새로운 성공

2025-09-21     박혜수 (정외・23·미국 이스트테네시대학 교환학생)
라이플과 총알. 매트 위에 엎드려 라이플을 견착한 후 사격을 시작한다. 제공=박혜수씨

교환학생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게 될 한 학기이기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먹었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시도해 보지 않았을 것들을 ‘여기 온 김에,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건드리는 게 일상이 됐다.

국제 학생 모임 리더인 친구 Sarah는 매주 CPA에서 열리는 댄스, 사이클 피트니스에 참여한다. 그녀는 내게도 댄스 수업을 들어볼 것을 권했다. 나는 스스로를 몸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나는 춤을 못 추고, 그렇기에 춤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Sarah의 초대를 수락했다. 수업에서는 같은 곡을 몇 차시 반복하기 때문에 자주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능숙하게 거울을 보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처럼 처음 온 사람들은 한 박자씩 느리게 강사의 춤을 따라 했다. 초반 10분 동안은 거울 속 내가 춤을 너무 못 춰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잠시 쉬는 시간에 옆 사람에게 ‘너 정말 춤 잘 춘다! 나는 처음이라서 잘 못 하는 것 같아’라고 말을 걸었더니, 그녀가 ‘나도 처음이라 어려워. 너도 잘 추는데?’라고 화답해 줬다. 이 대답을 듣고 나니 주위 사람들도 모두 엉성하게 춤을 추면서도 웃고, 즐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남은 30분 동안은 지금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있게 팔을 뻗고 보폭도 크게 벌려 동작을 따라 했다. 당당한 태도로 나서니 춤 실력은 중요하지 않아졌고, 댄스 수업을 즐길 줄 아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흔히 할 수 없는 것을 시도해 보자는 취지에서 <Marksmanship> 수업도 듣고 있다. Marksmanship은 사격이라는 뜻으로, 라이플과 피스톨에 대해 배운다. 40$를 내고 생전 처음으로 총알을 사보고, 사격용 자켓을 입고 ‘엎드려 쏴’ 자세로 라이플을 잡아 보기도 했다. 개강 4주 차인 지금, 3주간의 안전 교육과 총에 대한 이론 수업이 끝나고 처음으로 종이 타깃에 10발을 쏘는 실습을 했다. 어색하게 자켓에 벨트를 조인 후 라이플과 고정하고, 총알을 장전해 총을 쐈다. 처음에는 총알이 종이에 맞고 있긴 한 것인지도 몰랐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숨을 고르고 방아쇠를 집중해서 당길 수 있게 되었다. 교수님이 처음인데도 정말 잘했다고, 조준경을 더 섬세히 조정하면 훨씬 잘하게 될 거라 독려해 주셔서 사격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총을 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내가 두 종류의 총기를 배우고, 심지어 더 잘 쏘고 싶다는 마음까지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매번 새로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 학기, 4개월 남짓의 짧은 시간을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보다 ‘실패해도 나는 곧 떠날 사람인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와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본래 내가 생각하고 만들어왔던 나의 모습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아무도 나를 어떠한 잣대로 판단하지도 않기 때문이다.교환학생 생활은 마치 잠시 현실에서 떠나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많은 것을 주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것 같다. 학점, 주변인, 아르바이트, 외부 활동 등을 걱정하며 무언가 하나를 할 때도 다른 걸 신경 써야 했던 한국에서와는 달리 지금은 실패해도 ‘한국에서의 내 삶’에는 아무 문제도 일으킬 수 없는, 평행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덕분에 본래 같았으면 실패하고 싶지 않아 시도하지 않았을 것들을 여기에서 시도해 보면서 역설적으로도 새로운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 이 평행 세계에서 나를 더 알아보고, 많은 것들을 배우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그 자리에 있는 ‘나’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