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타고 독일행] 스스로 이룬 또 하나의 성취, 독일에서 집 구하기 편
독일에서 방문학생으로 지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단번에 ‘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숙사 배정에 성공했다면 학생 스스로 자신이 살 집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2025년 2학기 방문학생을 늦게 준비하기도 했고, 이전보다 마르부르크 대학이 방문학생들에게 기숙사 배정을 적게 해줬기에 6개월 동안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스스로 찾아야 했다. 언어도 다르고 살아본 적도 없는 타지에서 나만의 집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나만의 집을 찾기 어려웠던 첫 번째 이유로는, 일단 마르부르크 도시 속 집 매물 자체가 너무 적었다. 마르부르크 대학으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은 항상 많았고, 한정된 도시 안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때문에 적은 매물 안에서 내가 원하는 집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두 번째로는 독일로 방문학생을 오는 학생들은 보통 비용 측면에서 방은 따로 쓰되, 거실과 주방은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형태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를 선택하면, 어쨌든 하나의 집에 여러 사람이 함께 살게 되기에 한 번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살아본 적 없는 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나는 겨울학기 개강을 앞두고 시간의 여유가 없었고, 이제 더 많은 학생들이 좋은 집을 찾기 위해 몰릴 것을 고려해 셰어하우스 형태에서 살기로 생각을 바꿨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독일행을 선택했던 것이라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빠른 태세 전환이 이뤄지면,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집에 대한 우선순위를 세우고 WG-Gesucht 사이트에서 찾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나는 적은 인원의 셰어하우스, 그리고 학교와 가까운 거리, 이 두 가지 우선순위를 세웠다. 독일 방문학생들이 집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 WG-Gesucht에 들어가면 우선 살고자 하는 도시를 선택한 뒤, 4개의 주거형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Flatshare, 1 Room Flat, Flat, House 이렇게 4개가 존재하는데, 바로 Flatshare가 주방과 거실을 공유하되 방만 따로 쓰는 형태다. 비용 측면에서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Flatshare 형태를 선택했다.
그다음은 위치선정이다. 마르부르크 대학은 전공마다 학교 건물이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하기로 한 전공 대학 건물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집을 구해야, 집과 학교를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을 찾아볼 수 있고, 왕복 시간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집과 학교를 왕복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리는 집을 구하게 된다면 생각보다 등교가 힘들 수도 있다.
이러한 우선순위에 따라 살고 싶은 집을 추리게 된다면, 이제는 지원의 단계다. 우선, 원하는 집 공고에 올라와 있는 집의 소개글을 잘 보고, “이 집에 내가 잘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며 사이트 속 메시지로 자기소개서를 보내야 한다. 여기서 인터뷰란, 현재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지원자인 내가 잘 맞을 것 같은지를 간단하게 이야기 나누는 화상통화 시간이다. 사실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괜찮은 집의 공고가 올라오면 최대한 빠르게 작성하여 보내는 것이 승부의 갈림길이다.
집을 구한 지금의 상태에서 나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떠올려 보면, 나이, 성별 등 일반적인 정보뿐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신념 등을 담아 진솔하게 작성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오직 지원자가 보낸 글로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쓰니, 결국 인터뷰가 성사돼 좋은 결과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낯선 언어로 타지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집’을 얻은 경험은, 내 인생의 큰 성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겠지만, 새로운 세상에서의 배움을 위해 스스로 집을 구한 경험은 내 인생을 지탱해 줄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경험을 잊지 않으며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