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side / 이스트사이드] 안녕, 네 헤어스타일 참 예쁘다!

2025-09-07     박혜수 (정외・23·미국 이스트테네시대학 교환학생)
Katelynn을 만났던 ETSU 캠퍼스의 거리. 캠퍼스를 관통하기 때문에 걷다 보면 많은 이들과 마주칠 수 있다. 제공=박혜수씨

“How is the culture in America different from Korea?”, “What do you like about American culture?” 이번 학기 유일한 한국인 교환학생인 나는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개강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며 느낀 차이점, 그리고 내가 긍정적으로 느낀 미국 문화의 특징을 꼽자면 인사, 웃음 그리고 소통이다.

길에서 눈이 마주친 사람들,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 등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과 함께 웃고,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모르는 이와 눈이 마주치면 피하기 바쁘고, 길에서 만난 사람과는 선뜻 대화하지 않는 한국의 문화와 미국의 일명 ‘스몰톡’ 문화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큰 차이다. 길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웃어준다. 웃고 나서는 “I like your hair!” 같은 한마디를 던져준다. 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기분좋게 만드는 말을 주고받을 줄 알게 됐다. 이 짧은 인사말은 그날의 기분을 금세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운동을 하고 기숙사로 가던 길에, 누군가가 “Hi! You look so beautiful!”이라며 말을 걸었다. 대충 묶은 머리, 볼품없는 운동복,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걷던 나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해준 그녀에게 나도 “I love your pink sweater!”라고 화답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대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연락처를 교환한 뒤 저녁에 다시 만나식사를 함께했다. 짧은 눈 맞춤과 인사가 Katelynn(케이틀린)이라는 새로운 사람과 이어질 물꼬를 틔워준 것이다. 케이틀린은 친절히 대화를 이끌며 내게 미국에 올 때 짐을 얼마나 챙겼는지 꼼꼼히 물어봤다. 이후 그녀는 내가 미처 가져오지 못했던 생리대와 필기구 같은 생필품을 내게 선물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 큰 호의를 베풀 수 있다니. 고마움이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마음이 들었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묻는 이들에게 이 경험이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이런 분위기가 남부 작은 도시의 특징이라고 답한다. 뉴욕처럼 크고 바쁜 도시에 가면 아마 사람들의 태도가 다를 것이라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교환학생으로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인 것 같다. 단순히 관광지에 들르고, 유명한 식당에 가는 여행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삶의 방식을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으니말이다.  일상 속 대화, 낯선 이들을 대하는 태도 같은 사소한 변화들이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고,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느꼈다.

수업 시간에도 많은 소통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강의에서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주말에 뭘 했는지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된다. 강의 도중에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손을 들고 질문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물론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수업 환경 또한 미국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 차이임은 분명하다. 누가 말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교수님의 질문에도 선뜻 답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용기를 내 의견을 말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Government and Politics of Russia and Eastern Europe> 수업에서는 첫날 러시아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가졌다. 러시아는 내게 생소한 지역이라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학생들이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하자 나도 러시아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연상할 수 있었다. 단순한 질문에 학생들의 에피소드가 더해지며 다양한대화가 오고 갔다. 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교수님의 설명만 듣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러시아에 조금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일상 속 작은 용기가 내게 새로운 인연과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걸 매번 느낀다. 짧은 교환학생 생활 동안보고 느끼는 것들이 앞으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사소하지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