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분실해도 확인할 길 없어...조예대 보안 사각지대
조형예술대학(조예대) 건물에서 학생들의 소지품 도난 및 분실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물품이 사라져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실기실 근처 복도 등에 CCTV 추가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지호(섬예·21)씨는 2022년 2학기, 조형예술관(조형관) B동에서 15만원 상당의 외장하드를 잃어버렸다. 외장하드 안에는 개인정보 사본, 작업 파일 및 포트폴리오 원본이 들어 있었다. 디자인학부(디자인) 전공대표 정다원(디자인·23)씨에 따르면 학부 내에서 가방, 노트북 등 개인 소지품이 사라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 올해 5월 조형관 C동 101호에서 카메라를 도난당한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은 빈번한 도난 사건의 원인으로 주요 공간 CCTV 부재를 지적했다. 나용주(동양화·21)씨는 지난해 8월, 동양화과 실기실에서 5만원 상당의 비단을 도난당했다. 비단과 같은 재료는 주인을 표시하기 위해 포장지에 이름이나 구매한 화방 등을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나씨는 포장지는 남고 내용물만 사라져 더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무법지대와도 같은 학교 시설이 학생을 도둑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형관 A동 실기실은 37곳이지만 실기실 출입구 근처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CCTV는 약 3대에 불과하다. 실기실은 조예대 학생들의 작업실이자 작품 및 작업 도구을 보관하는 주요 생활공간이다. 조소전공 3학년 실기실이 위치한 같은 건물 B1층에는 CCTV가 한 대도 없다. CCTV 부재로 인해 학생들이 분실 사실을 경비실이나 경찰에 알려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총무처 총무팀은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CCTV 설치 개수 및 위치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예대 행정실(행정실)은 도난 및 분실 사건의 원인이 CCTV 부재라고는 보지 않았다. 관련 법령 및 사생활 침해 문제 등으로 실기실 내부에는 CCTV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CCTV 추가 설치가 도난 및 분실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분실의 부담은 결국 피해 학생에게 전가된다. ㄱ(동양화·22)씨는 올해 7월 조형관 A동 실기실에서 작업 중이던 그림과 붓이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이에 행정실에 문의했으나 “도난 사고를 행정실이 전부 책임질 수 없으니, 학생들이 조심해야 한다”라는 답을 들었다. ㄱ씨의 행정실 방문 이후 동양화 전공사무실은 “실기실 내 개인 소지품은 개인이 관리해야 하며, 분실이나 훼손 시 전공에서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전체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그는 “사람 키만 한 그림이 실기실에서 사라졌는데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학교 측 태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신원 특정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제57대 조예대 학생회 조에(학생회)는 CCTV 확대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다원씨는 "학부 특성상 모든 학년과 전공이 같은 실기실을 공유하기 때문에 물품 관리가 어렵다"며, 각자의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양화 전공대표 김준희(동양화·23)씨는 "일부 학생들은 펫캠 설치까지 검토할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회는 "최소한 실기실, 공용 비품 보관 공간, 주요 복도 등에는 CCTV가 설치돼야 안전한 학습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CCTV 추가 설치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총무팀은 2023년 7월 조형관 C동 4층 엘리베이터 및 복도에 CCT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학생 요구가 행정실에 제출되면 단과대학 내에서 논의 후 총무팀에 추가 설치 가능 여부를 문의한다. 이후 총무팀이 현장 조사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총무팀 이윤구 팀장은 교내 CCTV 설치는 '공공기관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공공시설은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최소한으로 설치 및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는 "요청이 가이드라인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추가 설치가 가능하지만, 모든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라며 매년 조금씩 추가 설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CTV 확대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예대 공동대표 석지우(서양화·23)씨는 "대학은 공공기관인 만큼 CCTV 설치 목적이 명확히 고지돼야 한다"며, 전체 학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