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어떤시각]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용기

2025-08-31     변하영 사진기자

8월19일 오후5시30분, 2주간의 해외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의 풍경은 익숙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국에 머물러 있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여전히 설렘과 도전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2년 전 휴학 후 3개월간의 여행 동안 미국에서 ‘성장과 사랑’을 선물받았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던 모습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사람으로 변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에게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런 기억 덕분에 이번 출발은 더 큰 기대 속에서 시작됐다. 내가 사랑하는 곳에 다시 방문한다는 설렘과, 이번에는 현지에서 살아가는 이화의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해외 취재라는 설렘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기대는 실제로 더 큰 배움으로 이어졌다. 미국 성공회 첫 한국인 여성 사제 선배님, 아마존 데이터 엔지니어 선배님, 뉴욕경찰국 연구자이자 교수이신 선배님, 화이자와 미국식약청에서 계신 선배님과 동창회장님까지 미국 각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선배님들을 만났다. 이전에 여행으로 왔을 땐 느끼지 못한 배움을 얻었다. 해외에서 거주하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선배님들을 보니 ‘이화인’인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오래 남은 것은 선배들의 조언이었다. “일단 나와라. 걱정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아직 젊으니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하거나 준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4학년임에도 1년 반의 학기가 더 남아 있는 현실은 종종 초조함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네 개의 전공을 병행하며 하고 싶은 것을 좇아온 시간에 후회는 없다. 원하는 길을 향해 발을 내딛다 보면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말은 지금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언젠가 도착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더해 주었다. 조급함 대신 배움이 남았고, 불안 대신 확신이 자리 잡았다. 그렇게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용기를 얻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또 하나의 배움은 ‘함께여서 더 깊어진 사랑’이었다. 2년 전 홀로 경험했던 사랑이 개인적 성장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공동체와 나누며 얻은 사랑이었다. 이대학보 국장과 동행했기에 시간이 더욱 특별했고, 교회 공동체와 함께했기에 그 기쁨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공동체가 전해 준 사랑은 국경을 넘어 마음을 이어 주었고, 그 안에서 누린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끝없이 배움을 주고 확장을 이끄는 공간, 그래서 미국은 다시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소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