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緣)] 운동으로 성장을 만드는 방법

2025-08-24     박정은 세이프짐 대표

우리대학 체육과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2년차 트레이너로 ‘바쁜 사람은 단순하게 운동합니다’, ‘365 운동 일력’, ‘우리는 운동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등 3권의 책을 썼고,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운동 공간 ‘세이프짐’을 운영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영상을 아시나요? 선수님의 다큐멘터리 중 일부인데요, 촬영 피디님이 김연아 선수에게 “선수님은 운동하면서 무슨 생각 하세요?”라고 물으니, 선수님이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대답해요.

현장에서 이 말을 종종 느낄 때가 있어요. 운동에 익숙하고 잘하는 분일수록 대체로 큰 의심 없이 그냥 합니다. 또는 그냥저냥이어도 계속한다고 할까요? 수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질수록 반복하면서 개선을 만들어요. 반면에 운동이 어색하고 친밀하지 않은 분일수록 수행마다 점검하고 평가하면서 계속 움직이기보다는 멈춰서 더 잘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아마도 운동에 익숙한 사람은 지금의 연습은 반복으로 개선을 만드는 일임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만드는 과정으로 훈련하고 있을 거예요.

반면에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은 한 번의 수행을 틀리지 않고 하는 데 집중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연습의 총량을 줄어들게 하곤 해요. 반복으로 충분했을 일을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되려 반복은 줄고 동작을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늘어납니다.

“어쨌든 잘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라고 묻고 싶은 분도 있을 거예요. 잘하는 건 신나고 즐거운 일이지요. 하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와 함께 운동하는 분이 운동을 항상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저는 트레이너로 실패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왜냐하면 선생님이 매번 잘한다고 느끼는 강도는 선생님이 성장하기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편안한 강도에서 잘하는 것보다 조금은 어렵고 불안한 강도가 좋습니다. 그래야 함께 운동하는 분의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또는 ‘자세가 틀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고 싶으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당연히 트레이너는 좋은 자세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요. 자신의 자세가 바른지를 궁금해하는 마음은 저도 운동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다만 트레이너가 방금 잘하고 있다고 했는데도 ‘잘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을 위해서 좀 더 설명을 해볼게요.

좋은 자세는 어떤 자세일까요? 제가 수업 시간에 자주 하는 말인데요. “저희는 바른 자세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 운동을 배우는 것이 아니에요. 선생님이 어떤 자세를 하든 편안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배우는 겁니다.”

운동을 할 때 좋은 자세는 불편하거나 불쾌하지 않은 자세입니다. 만약 이를 만족한다면 다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느껴지는 어색함은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잘 움직이려 하기보다 그저 움직임을 반복하면 돼요. 좀 더 선명한 이해를 위해서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조카를 생각해 볼게요. 아기는 걸음마를 배우는 중이에요. 구르고 기더니 이제는 뒤집고 일어섭니다. 그리고 중심을 잡으면서 걸음을 떼려 하고 있어요. 이 아기에게 똑바로 움직여야 한다고 채근하거나, 바른 자세를 학습시키기 위해서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을까요?

보통은 그렇지 않지요. 아기는 움직임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흔들리고,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기도, 이상하게 움직이기도 하면서 배웁니다. 사실 가장 빠른 학습은 ‘많이 흔들리는 일’에 가까워요. 약간은 어렵지만 할 수 있는 범위를 찾아 잘 헤매다 보면 성장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님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멋진 어른이 되었을 거예요.

다만 성인이 된 후에는 이렇게 흔들리고 헤매는 일이 잘 허용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운동을 배우기 시작하면 당연히 잘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을 배우는 일은 운동을 잘하겠다는 뜻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운동을 배우는 것은 말 그대로 운동을 배우는 것이고요. 잘할 수도 잘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잘하든 못하든 간에 운동을 배우면 더 나은 생활을 하고 더 즐거운 하루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동하는 것이지 운동을 완벽하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완벽한 수행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는 꽤 괜찮은 수행을 위해서 최소의 시간을 투입하는 편이 운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너무 잘할 필요도 없고요. 적당히 헤매는 강도 안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약간은 불안하고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해보세요. 결국 가장 빠른 성장은 약간 헤매는 정도를 연습할 때 찾아옵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반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렇다면 이미 최적의 강도로 훈련 중인 상태입니다. 부디 더 많이 헤매시고 더 많이 성장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