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부터 월경공결제 정식도입 ··· 기대와 숙제 공존

교무처 교육기획팀, 행정 효율화 위한 출석 자동 연동되도록 개발 중

2025-08-24     김나영 기자

우리대학이 2025학년도 2학기부터 월경공결제 도입을 확정했다. 지난 학기 시범 운영된 해당 제도에 관해 학생과 교원은 각기 다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2025학년도 1학기 월경공결제 시범운영 중 신청 접수된 건수는 1만9041건으로, 교무처 교육기획팀의 예측보다 이용률이 높았다. 학생들은 월경공결제 시범운영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주원(영교·22)씨는 “이전에는 월경 때문에 너무 아파도 결석하 거나 억지로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갔다”며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생 사회 내에서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씨는 종강 2주 전부터 월경공결제를 사용할 수 없었던 제도의 한계를 짚으며 “시험이 몰려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황에서 월경통이 겹쳐 힘들었다”고 토로 했다. 유솔미(커미·23)씨는 강의 첫 시작에 월경공결제를 언급하는 등 교원이 공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씨는 교수 재량에 따라 월경공결제 승인 여부가 달라지다 보니 공지가 없을 경우 한 강의에 두 번 이상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그는 “(월경공결제를)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경공결제 승인 요청을 할 수 있는 유레카통합행정 홈페이지. 출처=유레카통합행정 화면 캡쳐

시범운영 도입 후 월경공결제 승인 내역을 출석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원에게 부담이 가중됐다. 교원이 월경공결제 신청 승인 시 증빙서류가 필요하다고 오인하는 등 제도 숙지부터 어려움이 발생했다. 유레카통합행정(eportal.ewha.ac.kr)과 사이버캠퍼스(cyber.ewha.ac.kr)를 통해 출석 인정 처리 과정을 교차로 확인해야 했고, 학생의 출석 반영 확인 메일에 응답하며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학생 또한 월경공결제 승인 후에 출석이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다. 종종 누락이 발생 해 최종 성적에 승인 내역이 반영됐는지 교수에게 재차 문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교육기획팀은 출석 인정 처리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월경공결제 승인 내역이 사이버캠퍼스 출석부로 자동 연동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현악과의 모 수업에서 월경공결제 사용에 대학병원 진단서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정기 관현악과 학과장은 음악대학의 특수성을 이유로 제시하며 다른 학과와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학과장은 “합주와 오케스트라 수업 특성상 악기 하나가 빠지면 제대로 합주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수업 진행의 어려움을 전했다. 관현악과에 재학 중인 ㄱ씨는 “학생들에게 대학병원 진단서를 요구하는 건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김 학과장은 “일부 수업에서 대학병원 진단서를 요구한 사례가 있었으나 월경공결제 의 정식도입 후 학교 방침에 따르기로 했다” 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기획팀은 제도 오남용을 최소화하고자 “관련 통계를 분석하고 조사하며 면밀히 감시해 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젠더법학연구소 김주현 연구교수는 일부 오남용 우려가 있지만 제도 자체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그는 어떤 제도든 악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제도 악용으로 얻은 성과는 옳지 않은 행동이므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제도 자체를 폐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월경공결제는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한 권리 보장이라는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김 연구교수는 월경공결제 정식도입은 월경을 은폐한 과거와 달리 공론화할 계기를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부터 (월경을 은폐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월경공결제 시범운영 전부터 수업에서 학생들이 월경공결을 사용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생활 중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월경공결제를 경험하면서 제도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 했다.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총학)은 시범운영 당시 교수의 재량에 따른 선별 적용이 발생했음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수 재량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획팀에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고 말했 다. 총학은 “(월경공결제가) 월경 전후로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 컨디션 난조, 월경 기간 중 통증 등으로 인해 수업을 듣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