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임기 따라 바뀌는 슬로건…학생들 “일관성 없어 불만족”
우리대학이 이향숙 총장 취임 후 공식 슬로건을 교체했다. 새로운 슬로건 ‘새 시대 새 이화: 미래를 이화하라’가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 학생들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대학 슬로건 교체 주기는 50년 넘게 같은 슬로건을 유지하는 타대에 비해 짧다. 홍보 실은 슬로건 교체 주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새로운 총장의 취임과 함께 선포되는 비전 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슬로건이 조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대학 슬로건 교체 주기는 총장 임기와 거의 일치한다. ‘Where Change Begins’(김선욱 총장), ‘Together Tomorrow Ewha’(김혜숙 총장), ‘그대가 바라는 미래, 이화’(김은미 총장)에 이어 현재의 ‘새 시대 새 이화’(이향숙 총장)까지, 슬로건은 총장의 임기와 함께 변화해왔다.
홍보실은 슬로건 교체 이유로 ‘총장의 비전 반영’을 꼽았다. “과거 슬로건들이 시대의 질문에 응답했다면, 이번 슬로건은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변화와 혁신의 상징으로 이화의 본질은 유지하되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슬로건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슬로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짧은 슬로건 교체 주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가현(사보·24)씨는 “‘새 시대 새 이화’에는 이화의 상징성이 잘 담겨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3 때는 당연히 ‘세상은 이화에게 물었고, 이화는 그대를 답했다’가 슬로건인 줄 알았다”며 “막상 입학하니 처음 보는 낯선 슬로건이 걸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인경(불문·24)씨는 “슬로건은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압축하는 문장인데, 총장의 취임마다 슬로건이 바뀌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총장이 바뀔 때마 다 우리대학의 정체성이 함께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새로운 슬로건 공개 이후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총학)이 약 17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휘장 및 현수막 관련 설문조사에서 약 92%의 응답자가 휘장에 적혀 있는 문구에 ‘매우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주관식 답변에서도 “잘 와닿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등 새 슬로건을 비판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추가 의견을 묻는 문항에는 “예전 슬로건이 더 이화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옛날로만 돌아가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총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반기 정기협의체에서 슬로건 문구 고정과 일관된 활용을 요구했다. 총학의 요구에 대해 학교는 “슬로건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총장의 비전과 입시 전략에 따라 슬로건은 조정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총장 임기에 맞춰 슬로건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특히 입시 광고에서 슬로건 고정을 요구한 건에 대해 학교는 “수험생의 눈높이에 맞춘 신선한 카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총학은 설명했다.
슬로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제한적으로 반영되는 실정이다. 홍보실은 새로운 슬로건은 △학생 공모전을 통한 의견 수렴 △교수 자문 △교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슬로건 결정 과정에 학생 공모전과 교수 자문, 설문조사를 포함한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총학은 “정기 협의체 이후 학교와의 후속 논의나 피드백은 없었다”고 밝혔다.
박현정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오랫동안 지켜야 할 정체성은 ‘슬로건’에 담아 장기간 사용하고, 총장의 임기마다 제시되는 비전은 ‘캐치프레이즈’로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보실이 밝힌 홍보 전략은 박 교수의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 홍보 전략은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슬로건을 반복적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는 ‘나답게 이화답게’와 ‘세상을 이화 롭게’로, 행사·캠페인의 성격에 맞춰 선택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홍보실은 학생 반응 모니터링과 슬로건 브랜딩 효과 측정을 위한 정량적 지표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홍보 캠페인과 슬로건 노출 이후 학내외 반응, SNS 언급량 등 다양한 정성적 지표를 참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보실은 향후 정량적 지표를 추가로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