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당국이 불허한 '퀴어영화제', 이화인 자체 개최로 맞선다

불허에 맞선 영화제,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자체 개최 선포

2025-06-25     김나영 기자
24일 오후2시 이화 아트 파빌리온이 있던 자리에서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불허를 넘어서'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나영 기자

 

성소수자의 존재에 허가는 필요 없다. 불허를 넘어서 우리는 존재한다!

이화퀴어영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아트하우스 모모의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취소에 대응해 ‘제1회 이화퀴어영화제: 불허를 넘어서’를 개최한다. 조직위는 자신의 힘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하며 “퀴어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권력의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구도를 뒤집어, 퀴어의 싸움이 방어전에 그치는 것을 넘어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24일 오후2시, 이화 아트 파빌리온이 있던 자리에서 이화퀴어영화제 개최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직위는 학교 본부의 대관 취소 사유인 찬반으로 인한 분쟁과 갈등 가능성은 “안전을 핑계로 혐오의 손을 들어주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찬반의 동력으로 치부하는 일”이라 비판했다. 

기자회견 연대 발언 참여자들이 무지개 피켓을 들고 있다. 조직위는 "우리는 '불허를 넘어서'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를 선언함으로써 대학 공간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일 것"이라 말했다. 김나영 기자

이화퀴어영화제의 공동주최단위로는 △고려대 생활도서관 △동덕여대 중앙성소수자인권동아리 코튼캔디 △이화민주동우회 △청년녹색당 등 23일 기준 44개의 교내·외 단위가 이름을 올렸다. 우리대학 외에도 타대, 정당, 단체 등 많은 외부 단위가 개최에 연대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양선우(홀릭) 조직위원장은 대관 취소는 단지 장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양 조직위원장은 연대 발언을 마치며 영화 ‘퀴어’(2025)의 각본가 저스틴 커리츠케스(Justin Kuritzkes)씨의 성명문을 대독했다. 그는 우리대학이 해외 퀴어 영화 ‘퀴어’는 홍보하면서 대학의 ‘가치’에 반한다는 이유로 한퀴어영화제 대관을 거부하는 것은 몹시 황당하다며 “대학의 일차적 ‘가치’는 진실에 대한 헌신”이라 말했다. ‘퀴어’는 현재 모모에서 상영 중이다.

연대 발언에 참여한 김유미(신학대학원 석사과정)씨는 “어느 한 존재도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존재는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앙은 종교나 사회가 제시하는 관습에 맞추는 것이 아닌, 사랑과 억누를 수 없는 희망 때문에 용감하게 행동하는 일이라 배웠다며 “이화여자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낙인과 혐오, 차별과 제재를 일삼지 말고 사랑을 실천하라”고 비판했다. 

이화퀴어영화제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이화여대는 퀴어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고, 진정한 대학 본연의 책무을 다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나영 기자.

공동주최단위인 덕성여대 페미니즘 네트워크 FM419 소속 덕성여대 진시현(국문·19)씨는 “여자대학 안에서 퀴어들의 안전과 소수자성이 전혀 보호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 참여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기독교인임을 밝히며 “노아의 무지개와 퀴어의 무지개가 함께 모인 지금 이 순간을 하나님이 기뻐할 것”이라 말했다.

조직위에 속해있는 윤효진(과교·23)씨는 “허가를 기다리고 맞서 싸우는 소모전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길 바란다”며 “(퀴어가) 학교 당국에 증명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퀴어영화제는 우리대학 △학문관 소극장 △학문관 343호 이화시네마떼끄시떼 이외 야외공간에서 7월4일(금)~7월5일(토) 진행된다. 퀴어 의제를 담은 장편 영화와 우리대학 영화제작동아리의 단편 영화 상영, 이화퀴영화제 주최 배경 및 목적에 대한 활동가 강연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