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어떤시각] 찰나의 순간, 영원의 마음

2025-06-01     변하영 사진기자

4월15일 오후3시 벚꽃이 만개한 어느 봄날 유달리 수업이 일찍 끝나 30분이었던 공강 시간이 1시간으로 늘어났다. 푸르른 하늘에 밋밋함을 달래주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아주 완벽한 날씨였다. 서둘러 학보실에 들러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지금이 아니면 봄날의 이화를 담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셔틀을 타고 연구협력관으로 향했다. 대개 이화의 예쁜 풍경은 ECC와 이화동산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는 이화의 가장 끝 연구협력관에 있다. 주요 활동 반경이 ECC와 학관, 아무리 멀어도 종합과학관을 벗어나지 않기에 연구협력관까지는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작년 5월경 인터뷰 촬영을 위해서 연구협력관에 간 적이 있다. 이화에 다니는 4년 만에 처음으로 꼭대기까지 올라가 봤다. 인터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주변을 둘러보던 중 나무 사이로 보이는 남산타워를 처음 마주했다. 우리 학교에 이런 숨은 힐링 장소가 있다는 걸 처음 발견한 순간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고 초록의 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 속 남산타워 사진은 한동안 나의 배경 화면이었다. 그 이후 날씨가 좋으면 셔틀버스를 타고 연구협력관으로 올라가 이화의 꼭대기에서 보이는 남산타워를 카메라에 담곤 했다. 이화의 봄날을 담고자 했던 오늘도 어김없이 연구협력관을 향했고 또 하나의 남산타워 사진을 찍었다. 남산타워를 카메라에 담은 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며 청솔모벗도 만나고, 만개한 벚꽃, 노랗게 물든 개나리도 만났다. 신이 난 마음을 가득 품은 채 ECC로 내려와 재빠르게 사진을 보정한 후 이화의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송했다. 내가 전송한 것은 단순한 이화의 풍경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고단한 하루 속 잠깐 숨을 돌리며 쉼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사진은 찰나의 미학이라고 한다. 그 찰나의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향유한다면 그것은 모두의 마음속에 남는 영원의 미학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