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믿을만한 갱년기 정보 전달하는 Omena 창업기, 자기만의 삶을 찾아 프랑스에 뿌리내리다
여성 갱년기 헬스케어 앱 ‘Omena(오메나)’ 박하현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
편집자주|갱년기는 여성이라면 대부분 겪게 되는 생애 전환기로, 보통 폐경 전후로 7~10년간 지속되는 호르몬 변화 시기다. 갱년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 갱년기 헬스케어 앱 ‘Omena(오메나)’를 공동 창업한 박하현(생명과학·12년졸)대표를 만났다. 생명과학도에서 4년차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까지, 2월8일 프랑스 라데팡스에서 그 여정과 스타트업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메나는 어떤 서비스인가
갱년기 증상 완화와 건강 관리를 위한 개인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앱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영양학자, 성의학자 등 7개 분야 전문가와의 원격 상담을 지원하고, 사용자의 증상을 주기적으로 추적하며 갱년기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한다. B2C(일반 소비자 대상)뿐 아니라 B2B(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 모두 운영 중이다.
창업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나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다. 생물학을 좋아해 생명과학과에 진학했지만, 실험실 인턴을 하며 연구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중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다양한 사람들과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생명과학 전공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진로 가능성을 열 수 있는 프랑스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흥미로 선택한 창업가정신 전공 팀프로젝트를 계기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후 프랑스 스타트업 공유 오피스인 ‘Station F’에서 창업 기반을 마련했고,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갱년기라는 주제는 어떻게 정했나
당시 프로젝트 팀원들이 모두 여성 건강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대학 시절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여성의 건강이 남성에 비해 의학계에서 덜 다뤄진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생리 추적 앱은 많지만, 갱년기 특화 서비스는 드물다는 점도 주제 선택 계기가 됐다. 갱년기를 여성의 자연스러운 변화로 치부해 불편한 증상으로 고생하더라도 의사로부터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듣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받는 경우가 많았다. 검증된 사람들로부터 얻은 믿을만한 정보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전달하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창업자로서 어려웠던 점은
언어 장벽이 가장 컸다. 40쪽 넘는 투자 계약서를 프랑스어로 읽어야 하니 어려움은 배가 됐다. 밤을 새우며 읽었고, 모르면 찾아 읽을 수밖에 없었다.
문화적인 차이도 생각보다 컸다. ‘나대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음에도 프랑스 회의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프랑스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지 않으면 무임승차자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아이디어라도 일단 던져야 한다. 팀원의 피드백을 받고 처음에는 상처를 받았지만,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좋지 않은 아이디어는 결국 걸러지니 회의에 열성껏 참여해 어떤 의견이라도 제시하는 적극성이 가장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이방인으로 겪은 어려움은
창업 초기에는 비자 문제로 8개원간 무급으로 일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내가 이 땅에서 살 수 있나?’ 하는 고민을 하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외국인으로서 존재론적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서 살든 결국 고민 총량은 비슷한 것 같다. 다만 그 주제가 바뀔 뿐이다. 어디서 사는 게 나와 잘 맞는지,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지 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창업을 하며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오메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갱년기라는 주제를 다루며 여성 건강의 불평등을 체감했고, 이를 해결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더 알아갈수록 세상의 불합리한 점도 많이 보여 개인적으로는 힘들더라도 더 좋은 사람이 돼 가는 것 같다.
문화적 차이 속에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법도 배웠다. 여전히 낯선 상황이 무섭고 두렵지만, 계속 시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부담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단지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용자들이 “이 앱이 없었다면 평생 잘못된 정보를 믿고 살았을 것”이라며 “오메나 덕분에 삶이 바뀌었다”라는 피드백을 전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아직 갱년기를 겪어보지 않은 젊은 창업자들이지만, 이들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해외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운영할 때 고려할 점은
해외 창업을 꿈꾼다면 해당 국가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듯, 판타지와 실제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판타지를 부수고 현실을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창업은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기에 언어는 핵심 도구가 된다. 그 나라에 정통한 공동 창업자가 한 명쯤 있어야 현지 문화와 시장, 언어에 대한 이해를 보완할 수 있다. 창업을 너무 대단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빠르게 실행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생각과 실행은 하늘과 땅 차이다.
프랑스 정착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해외에 살고 싶은 마음이 단순한 동경인지, 본인이 바라는 삶과 맞는지 먼저 고민 해보길 바란다. 또한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금전적 여건을 이유로 시도를 포기하지 말고, 시기를 조금 미루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하면 충분히 기회는 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