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외국계 기업 한국 지부에서 본사로 향하기까지, 끊임없는 기회 포착의 과정

로레알파리 입생로랑 뷰티 윤유영 프로덕트 매니저 인터뷰

2025-05-25     정재윤 기자

편집자주|해외 취업은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업무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기회를 포착하면, 단순히 먼 꿈만은 아니다. 파리 로레알 본사에서 입생로랑 뷰티(YSL Beauty) 립 카테고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윤유영(불문·16년졸)씨를 만났다. 로레알 한국 지부에서 프랑스 본사로 향하기까지, 2월13일 파리 로레알 본사에서 그를 만나 해외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유영씨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재윤 기자

파리 로레알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로레알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 처음부터 해외 취업을 염두에 것은 아니다. 한국 로레알의 본사 마케팅 부서(Department Marketing International)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본사의 제안을 받아 2023년 파리 로레알 본사로 오게 됐다. 현재는 입생로랑 뷰티에서 2년째 근무 중이다. 립 제품 중장기 전략 구성과 신제품 개발을 담당해, 2028년까지의 립 제품 전체 전략과 패키지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다. 마케팅팀과 협력해 홍보 캠페인을 짜고 제품 발매 전 과정을 지켜보는 프로덕트 매니저(PM) 역할까지 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입사한 회사에서 쉼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부터 해외 취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마케팅이 생소해 영업 직무로 지원했지만, 면접 후 마케팅 부서에 합격해 일하게 됐다. PM 일은 로레알파리에서 스킨케어를 담당하며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은 스스로 팀 이동 기회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는 편이다. 2년 차가 돼 다시 팀 이동 시점이 왔을 때, 입생로랑 뷰티 팀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쿠션 제품 마케팅을 담당하게 됐다. 쿠션 마케팅 일을 하다 본사와 처음으로 연이 닿았고 월 1~2회 전략 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에서 쿠션을 개발했기에 본사와 직접적으로 얘기할 일이 많았다. 이때 본사와의 교류에서 영어 실력을 보여준 것이 도움이 됐다.

입생로랑 뷰티는 한국이 본사가 아니다 보니 캠페인이나 모델 선정 등 마케팅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때 로레알에서 한창 신생이던 KIC(Korea Innovation Center) 글로벌 제품 개발 본부의 글로벌 PM 자리를 제안받았다. KIC는 한국 지부지만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직원으로 구성됐다. KIC에서는 K-뷰티에서 영감받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쿠션과 립 제품을 담당하며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입생로랑 ‘캔디 글레이즈 컬러밤’과 프라다 ‘리빌 메쉬 쿠션’을 제작했다.

이후 약 1년 반 동안 럭셔리 브랜드 전반의 제품 개발과 전략을 담당하던 중, 프랑스 본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현재 프랑스 본사에서 2년째 근무 중이며 입생로랑 립 제품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신제품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일을 하며 궁금한 점을 파보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열렸다. 계획하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

 

로레알의 업무 방식은 어떤가

로레알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은 개인의 역량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지원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때문에 본인의 희망 의사에 따라 한 팀에 오래 머무르며 진득하게 일을 할 수도, 궤도에 올랐다 싶게 한 직무를 숙달하면 그 다음 단계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본사에 잔류할 수도,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도 있다. 다양한 나라와 직무를 경험하다 보면 마치 2~3년마다 이직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동기들과 로레알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리는’ 회사라고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자유롭게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어떤 기회와 업무가 있는지 네트워킹을 통해 알아내야 하고, 나를 잘 어필하며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동시에 번잡스럽기도 하다.

한국은 전 세계 화장품 시장 중에서도 혁신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화장품 업계에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화장품 업계로 들어온다면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는 많다. 유동적이고, 활기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윤유영씨는 로레알파리 본사에서 입생로랑 립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신제품 개발을 맡고 있다. 정재윤 기자

한국과 프랑스 직장 문화는 어떤 점이 다른가

한국과 프랑스 기업 문화는 180도 다르다. 프랑스가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이 훨씬 잘 갖춰진 편이다.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연차가 한국과 두 배 차이 날 만큼 의무 휴가 기간이 길고 워라밸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한국에서는 매일 나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것이 성과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프랑스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일하더라도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특히 프레젠테이션과 회의 참여도가 중요하다. 발표 중이라도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내 몫을 찾아간다는 의식이 있다. 한국에서는 겸손하고, 양보하고 눈치껏 행동하는 게 미덕이었다면 여기서는 그렇게 행동했을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사석에서는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다가도 회의에서는 단호하게 의견을 얘기하고 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 반대로 미팅 자리에서는 아무리 살얼음판이라도 회의가가 끝나면 좋은 관계로 돌아간다.

 

해외 취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겁내지 말고, 막무가내로 많이 시도해보면 좋겠다. 프랑스는 직업을 구할 때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이력서 사이트에서 가고자 하는 직무의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화를 요청하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작을 하려고 고민하지 말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기회를 만들어가면 된다. 링크드인으로 연락하는 팁은 꼭 활용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