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로 쌓은 음대 100주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울려 퍼진 창립정신 되새기는 이화 음악

2025-05-25     최정은 기자
음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이화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출처=음악대학  

오늘의 소리가 이화 음악의 다음 백 년을 밝혀줄 또 하나의 따뜻한 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곽은아 음악대학장) 

21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대학 음악대학(음대) 창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공연에는 이향숙 총장,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 등 약 2000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곽은아 음악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음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서양 악기의 조화를 이룬 공연의 1부와 클래식 공연의 2부로 이뤄졌다. 

1부에서는 이화의 설립과 음대의 열정이 담긴 음악을 보여줬다. 

첼로, 호른, 피아노의 서양 악기와 거문고, 대금 등의 동양 악기의 조화를 보여준 곡인 ‘Ewha Rhapsody’에는 이화 정신인 전통과, 현대의 포용과 융합의 의미가 담겼다. 이어 한국음악과 학생들로 이뤄진 앙상블 단체 이화SORI는 소리극 ‘교육의 불꽃 메리 스크랜튼(Mary F. Scranton)’을 공연했다. 조선 여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성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스크랜튼의 숭고한 헌신을 가야금병창, 경서도소리, 정가(성악곡), 판소리로 풀어낸 해당 소리극은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했다. 공연을 감상한 조연우(23)씨는 “이화 출신은 아니지만 메리 스크랜튼이 여성만을 위한 교육 기관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가슴을 울렸고 뭉클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화SORI 조은(한국음악·21)씨는 “여성 교육의 씨앗을 틔운 스크랜튼의 이야기를 진정성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공연을 준비하며 이화인으로서 자긍심과 애교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90학번부터 25학번까지, 100명의 음대 선후배가 함께한 ‘이화100첼리’(첼리) 공연은 음대 설립에 큰 영향을 끼친 앨리스 아펜젤러(Alice R. Appenzeller)의 헌신을 기리는 의미가 담겼다. 첼리의 첫 곡 ‘Crossing’에서는 아펜젤러가 허문 문화적 경계에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현재와 미래의 이화를 향한 축복을 표현했다. 이어 진행된 ‘Two Tangos’는 전통적 탱고 리듬에 클래식과 록을 더한 곡으로 첼리의 연주와 함께 한국 무용, 현대 무용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부는 첼리의 반주 아래 신지화 교수(성악과)의 ‘You Raise Me Up'과 ‘그대 있음에’로 끝맺어졌다. 신 교수는 ‘그대 있음에’의 ‘그대’를 ‘이화’로 적절히 개사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첼리 연주자 김민지(관현·25년졸)씨는 “선후배, 교수와 호흡을 맞추며 의미있는 공연을 준비할 수 있어 기뻤다”며, “역사적 순간에 함께했음에 감사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1부 공연을 감상한 김혜경(성악·80년졸)씨는 “이번 공연은 졸업 후 잊고 살던 학교를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됐고, 학창시절이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김하영(성악·02년졸)씨는 “공연이 애교심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돼,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곽 학장은 “눈빛으로, 박수로, 미소로 응답해준 졸업생들의 존재는 이화 음악이 세대를 넘어 이어진 공동의 기억임을 실감하게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2부는 성기선 교수(관현악과)의 지휘 아래 재학생들로 구성된 이화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이화 오케스트라는 2개의 클래식 곡을 연주한 뒤, 이화 콘서트 콰이어(콰이어)의 합창 반주를 연주했다. 콰이어는 성악과를 포함한 음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콰이어로 공연에 참여한 윤온유(작곡·25)씨는 “성악 전공자와 합창을 할 생각에 걱정이 앞섰으나 선배님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목소리가 이루는 조화에 이루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예술의전당이라는 큰 무대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음대 역사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교수와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교가를 부르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을 감상한 서동주(작곡과·23)씨는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음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곽 학장은 “지금까지 축적된 교육적 전통과 예술적 성과를 기반으로 더욱 열린 예술, 연결된 교육, 살아 있는 음악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앞으로의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