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편집국] 지난 시간에 또 다른 안녕을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녕을 고하는 건 아쉬움을 남기지만, 끝은 지난 과오를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지난 과오에 작별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보자들은 민생과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가득히 나열하고 있지만, 이들이 말하는 ‘국민’의 범주 속에 아직도 많은 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18년 만의 여성 후보 ‘0명’인 대선, 아직도 차별과 혐오 정치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호, 이대학보는 대권 주자들의 여성, 청년 공약을 분석했습니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격상 △비동의 강간죄 도입 △여성의 안전한 임신 중절권 도입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10대 공약에서 오랫동안 제기됐던 성평등 의제를 제시한 것은 권영국 후보뿐이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여성 공약으로 내놓았고, 김문수 후보는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정책만을 여성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청년 공약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군 호봉제’를 제시했으나, 여성 군인 관련 정책은 없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이재명, 김문수 후보의 발언도 눈에 띕니다. 이 후보는 “언제나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며 “지금은 국민 통합에 방점을 두고 가치지향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김 후보는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준다”고 말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에게 특혜가 아닐뿐더러, 차별금지법 제정은 ‘가치지향적 문제’로 일축돼서는 안 됩니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차별은 어떤 이들에게는 당장의 생활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후보들이 강구하는 민생 회복의 문제에 사회가 말하는 ‘정상 궤도’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비껴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보들의 공약에서뿐 아니라, 투표일에도 여전히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21일,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노동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며 선거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유급 휴무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은 엄연한 주권자고 노동자이지만 선거일조차 택배 업무를 쉬지 못해 사실상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그 물음 속에서 이대학보는 조명받지 못하는 목소리에 마이크를 건네고자 노력합니다. 그 목소리가 지난 과오에 안녕을 고하는 데 작게나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대학보는 또 하나의 안녕을 앞두고 있습니다. 1학기 마지막 발행을 앞둠과 동시에, 앞으로를 이끌어갈 신입 기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끊임없이 깨지고 경험할 분을 찾는다”는 말에 홀린 듯 지원해, 취재기자와 편집부국장으로 학보에서 세 학기를 보낸 시간이 마치 쏜살같이 느껴집니다. 이대학보 기자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취재원들을 만나기도 하고, 마감에 쫓겨 취재를 하면서도 하고 싶었던 말을 기사로 발화할 수 있음에 기뻐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말도 잘 붙이지 못했던 저는 먼저 다가가고, 일단 질문부터 던지는 사람이 됐습니다.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는 동료들도 저에게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이대학보에서 쌓아온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음을 느낍니다. 항상 옳은 선택만 해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끊임없이 깨졌지만, 덕분에 더 단단해졌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대학보에서 소중한 삶의 순간을 쌓아갈 분들을 찾습니다.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도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합니다. 여기서는 완벽함보다도 끊임없는 노력과 진심이 더 큰 가치를 가집니다. 기자라는 이름 아래 써내려간 원고들, 밤을 지새우며 취재하고 고민했던 문장들, 함께 치열하게 고민했던 동료들까지. 그 모든 것들은 저에게 또 다른 ‘안녕’을 마주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될 다음 페이지가 바로 이곳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