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의 메이플스토리]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한 회복 전략

2025-05-18     정수정 선임기자(캐나다 마운트 앨리슨 대학 교환학생)
동부 캐나다는 폭설에 익숙하다. 대학 본부가 휴교령을 내리고 제설 작업을 마치는 데까지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제공 = 정수정씨

사람도 사물도 필연적으로 각자 나름의 취약한 부분을 가진다. 타국에서의 대학 생활을 경험하는 과정은 나의 취약한 면면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의 연속이다. 새로운 환경들, 상황들, 사람들을 마주하는 과정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깨달을 기회이기도 하지만, 내가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전지대와 보호 체계를 벗어나는 일은 해방감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져다주었다. 걱정과 달리 순탄히 풀리는 일들도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마주하는 문제들도 많다. 

<Adapting to climate disasters> 수업에서, 한 학기간 세미나를 관통했던 주제는 재난 취약성(disaster vulnerability)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었다. 특히 회복탄력성은 환경과학에서 중요한 주제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체마다 어떤 조건에 가장 취약한지 파악하고, 그들이 재난 상황에 잘 대처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회복탄력성이란 ‘위험에 저항하고, 대처하고, 신속하게 회복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단순히 취약한 상태나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적응, 회복, 재발을 방지를 위한 개발, 변화, 예측의 과정들까지를 포함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회복탄력성이 취약성의 반대어로 규정된다는 점이다. 망가진 부분은 잘 회복시키고, 유사시에도 잘 견뎌낼 수 있게끔 인프라 및 제도를 구축해 둔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기후 재난과 같이 인간의 노력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천재지변 앞에서도, 우리는 헤쳐 나갈 전략들을 세우고 보완하며 향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다. 

회복탄력성 개념을 기후 재난 세미나에서 다뤘던 날, 오후에 들어갔던 환경 교육 세미나의 논문에서도 같은 개념이 등장했다. 환경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이 환경문제 해결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해 설명하며 회복탄력성의 개념이 활용됐다. 이때의 회복탄력성은 ‘예측 불가능한 고난과 도전들에 적응하고 회복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환경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들로 구성되어 있어 해결이 어려우며,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한 문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회복하는 역량을 갖춘다면, 시행착오는 오히려 긍정적인 발달의 계기가 된다. 같은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앞으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태도야말로 학습자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천재지변은 지구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자주 등장한다. 삶에서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현명하게 겪어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또한 회복탄력성일 것이다. 문제는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 발생 시 패닉 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같은 상황에 날 던져넣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유사시에 대처할 매뉴얼을 세우는 것이다. 나는 심채경 박사가 <과학산문>을 통해 자신이 무언가를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라 고백하며, 다만 스스로를 오래 관찰한 끝에 자신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 대책과 사고 대처 방침을 수립했다고 전한 대목을 정말 좋아한다. 

이방인으로서 겪는 다양한 좌절의 상황 속에서, 나를 다시 일어나 나아가게끔 하는 힘은 결국 회복탄력성이다. 나를 당황케 하는 것이 내가 초래한 일이든 천재지변이든, 나의 취약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인정하며, 효과적인 대처 방법을 고민하고, 유사시에 견딜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한다. 그것만이 나를 의연할 수 있게 한다. 어쩌면 교환학생 파견이 회복탄력성을 단련하기에 가장 자연스럽고도 효과적인 환경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