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에 커지는 시민 불안, 서대문구 도로 안전 돌아보기
'갑자기' 아닌 파고 또 파는 지하 공사가 주원인 장기적 대비책은 근본적 구조 해결뿐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3월24일을 시작으로 강동구에서만 네 차례나 싱크홀이 나타났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서대문구도 싱크홀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도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올해 4월 다시 찾은 사고 현장은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완전히 복구된 모습이었다. 구멍은 메워졌지만, 지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시민들이 싱크홀 소식을 자주 접하며 단순 도로 파임에도 싱크홀로 오인해 신고하는 건이 늘어났다.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 없다" 판단한 서대문구
서울시가 지난해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 50곳을 발표했으나 서대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대문구가 자체적으로 굴착 공사장, 상습 침수 구역 등을 수합한 결과 고위험 지역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4년 국토교통부는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대형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 각 자치구에 지반침하 특별점검이 필요한 지역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다만 제출은 강제가 아닌 자율에 맡겨져,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고위험 지역을 선정해 제출한 곳은 8곳뿐이었다. 서대문구청 도로과 지하안전팀(지하안전팀)은 “당시 담당자의 고위험 지역으로 보이는 곳은 없다는 판단하에 ‘해당 사항 없음’으로 제출했다”며 “지하 굴착 공사, 상습 침수 구역, 상·하수관로 정보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빈 공간 많았던 서대문구, 정확한 주소는 고지 불가
작년 10월 발표된 서울시 지반침하 특별점검 공동 조사 용역 최종 보고서(공동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내 329곳의 공동(도로 밑 빈 공간) 중 20곳이 서대문구에 위치했다. 발견된 공동 20곳 중 18곳은 즉시 복구 완료됐다. 나머지 두 곳은 용역 당시 추정 부피의 2배 이상을 주입해도 채움재가 차오르지 않거나, 지하 시설물 파손이 확인돼 복구에서 중단 및 제외됐다. 다만 이후 복구를 진행해 현재는 보수가 끝났다.
조사 당시 공동 20곳은 △긴급 등급 3곳 △우선 등급 8곳 △일반 등급 9곳으로 분류됐다. 우리대학과 가까운 신촌역 부근에도 우선 등급 1곳과 일반 등급 2곳이 존재했다. km당 공동 발견율은 0.36개소로, 사업 구간 24개 자치구 중 15개 자치구의 km당 공동 발견율이 0.11~0.2개소 사이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본지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해 서대문구 내 공동 20곳의 세부 주소지를 확인하려 했으나 도로에서 확인한 공동의 주소는 건물지번주소와 달리 넓게 분포돼 있다는 점을 들어 공동 용역 보고서의 대략적인 위치로 갈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 공동은 도로에 있지만 도로는 주소지를 정확히 명시하기 어려워 편의상 도로 근처의 건물을 공동 주소지로 사용한다”며 “민간 공개 시 공동 주소지로 명명된 건물에는 실질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피해가 갈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세대 조원철 명예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서대문구 내 싱크홀 위험 지역으로 △홍제천 부근 △서대문 로터리~서울역 구간을 꼽았다. 특히 홍제천 부근은 퇴적지가 많고, 서대문 로터리에서 서울역까지는 땅을 매립한 지역이므로 지반이 약해 싱크홀에 취약하다.
지하안전팀은 “서대문구는 대부분이 산지 지형이고 경사가 커 (싱크홀에 상대적으로 약한) 상습 침수지역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대문구 내 암반 지형이 많더라도 싱크홀로부터 안전한 지역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라고도 전했다. 지하 굴착 공사, 노후 상수관 파손, 집중 호우 등 토사의 유실 원인은 다양해 지반 침하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지 싱크홀, 지하 공사가 주원인
도심지 싱크홀은 주로 토사 유실로 인해 발생한다. 토사 유실의 원인은 △노후 구조물 파손 △지하 공사로 나뉜다. 노후 구조물 파손의 경우 인간의 몸이 노화하듯 도심지 노후화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지속적으로 검진하며 관리한다면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 다만 지하 건물 건축이나 지하터널 공사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단기적이지만 큰 피해를 가져온다. 고려대 이종섭 교수(건축사회환경공학부)는 최근 지하 공간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지하 및 터널 굴착이 지속되고 있기에 “현 상황에서는 싱크홀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싱크홀 위험 탈출 위해선 경제성·안전성 균형 지켜야
이 교수는 경제성 확보를 지반 설계 안전보다 우선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최적 설계라는 명목하에 공사를 진행하면 지반의 안정성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공사 기간을 무작정 단축하기보다, 구조물을 설계할 때 경제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장기적인 대형 싱크홀 예방을 위해서는 지반공학 전문가의 독립적인 설계가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특히 지반 특성에 대한 해석은 지반 기술자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구조나 건축 분야 기술자가 지반 공사를 총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지반 기술자의 역할이 보장될 때 지하 개발 시 지반 조사의 철저한 시행과, 공사 방법의 타당성 검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