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경찰, 밤에는 로스쿨생···매 순간 충실함으로 변호사시험 수석 쾌거를 이루다
제14회 변호사시험 수석 합격자 최서연씨 인터뷰
편집자주│4월24일 법무부는 2025년 제14회 변호사시험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역대 최다인 3336명이 응시한 올해 시험에는 지엽적인 지문이 다수 출제돼 합격률이 작년보다 0.76%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도 우리대학 로스쿨 졸업생 최서연(법학전문대학원·25년졸)씨는 당당히 수석을 거머쥐었다. 새내기 ◆재판연구원으로서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그를 10일 ECC에서 만났다.
수석 합격을 이끈 공부법은
가장 중요했던 건 학교 수업이었다. 거의 모든 수업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고, 교수님 말씀을 가장 신뢰했다. 인터넷 강의는 정답 적중에 집중하다 보니 종종 틀린 법리를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수님 강의는 일절 오류가 없다. 수업이 끝나면 반드시 일주일 내로 녹음본을 들으며 복습했다. 복습 후엔 사례집과 객관식 문제를 풀며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 사이클을 3년 내내 모든 과목에 적용한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
경찰청 근무와 로스쿨 수업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두 역할이 유기적인 관계였기에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경찰관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을 하는 경찰청 법률지원계에서 근무하며 로스쿨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수험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업무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직장인으로서의 실무 경험이 시험공부에도 도움이 됐다.
남들보다 두 배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일하는 것처럼 공부했다. 하기 싫어도 출근해야 하고, 꾸역꾸역 야근하듯이 공부도 오늘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미루지 않았다. ‘순공(순수 공부) 몇 시간 동안 했다’, ‘몇 회독 돌렸다’ 보다 오늘 할 목록을 정해놓고 빨리 끝내는 데 집중했다. 3년간 개인 약속을 많이 줄이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해지려 했다.
수험 생활 중 타협하지 않은 원칙이 있다면
교수님께서 “조금 설렁설렁해도 되지만, 0시간 공부하는 날은 없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무리 공부가 안되는 날에도 최소한의 공부는 했다. 남의 눈에 띄어야 죄책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성향이라, 매일 학교에 나오려 했다. 덕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날에도 공부량은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시험은 지엽적인 객관식 지문 출제로 체감 난도가 높았다. 시험장에서 당황하진 않았나
당연히 당황했다. 12월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모르는 판례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지문이 많았다. 당황은 했지만, ‘맞히라고 낸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부량이다. 열심히 공부했고, 이 정도로 했는데도 모른다면 남들도 모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우리대학 로스쿨 분위기는 어떠한가
경쟁보다는 협력이다. 다같이 열심히, 잘하자는 취지로 협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우리대학은 이화여대 법전원 카페에 자료를 전체 공개로 업로드하고, 선배들도 학습 자료를 아낌없이 공유한다. 혼자 공부하는 사람도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대형 로펌, 검찰 등 수많은 선택지 중 재판연구원을 택한 이유는
법조 경력을 시작하면서 일을 탄탄하게 배울 수 있는 길이 재판연구원이라 생각했다. 변호사나 검찰은 한 쪽의 입장을 개진해야 하는데, 재판연구원은 양측 주장을 모두 볼 수 있다. 중립적 시각에서 어떤 주장이 더 신뢰할 수 있고 설득력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또 법조계에서 가장 성실하고 훌륭한 인적 자원이 판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분들 밑에서 일대일 첨삭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나
개인적인 일을 하더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는 법조인으로서 공직에서 봉사하며 조금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재판연구원 일을 성실히 배워서, 법관이라는 최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
◆재판연구원: 소속 법원장의 명을 받아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연구, 그밖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