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이자 작가였던 고(故) 강서경 교수, 27일 별세

2025-05-04     윤서진 기자
강서경 교수(동양화과) 제공=동양화과

‘돗자리 화가’라 불리는 강서경 교수(동양화과)가 4월27일 별세했다. 향년 48세. 동양화를 전공한 강 교수는 회화뿐 아니라 설치 예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그는 이전에 화문석(왕골을 이용하여 꽃무늬 등을 수놓은 돗자리)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 ‘돗자리 작가’라고 불렸다.

2018년 우리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부임한 고(故) 강서경 교수는 올해 1학기까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전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기초동양화>, <한국회화스튜디오>, <현대회화> 과목을 담당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풍경과서사>, <시각의발견>, <현대회화> 과목을 담당했다. 2025년 1학기에 진행하던 대학원 강의 <창작의발언과형식I>는 치료상의 이유로 원격 실시간 강의로 진행됐다.

<한국회화스튜디오> 과목을 수강했던 민혜성(미술치료교육 전공 석사·20년졸)씨는 강 교수를 “미술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주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교수님은 작가로서도, 스승으로서도 늘 한결같은 열정을 보여주셨다”며 “전 세계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시는 바쁜 와중에도, 수업이 있는 날이면 새벽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바로 강의실로 오셨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이 끝난 뒤에도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맞아주셨고, 늦은 저녁이면 다시 전시를 준비하러 해외로 떠나셨다”고 말했다. 

1977년 출생한 강 교수는 1996년 우리대학 동양화과에 입학했고, 2000년에 우리대학 대학원 한국화 석사를 전공했다. 2010년에는 런던에 위치한 왕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회화 석사과정을 밟았다. 

강 교수는 생전 다양한 전시회를 열었다. ‘비엔날레 본전시’(2013)에서 선보였던 ‘Grandmother Tower’는 친할머니와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고 기리는 작품이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그는 친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했다. 벽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지탱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고, 이 경험은 작품 ‘Grandmother Tower’로 표현됐다. 민씨는 “몇 년 전 교수님의 암 투병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번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 작품이 떠올랐다”며 “이제는 사랑하는 할머니 곁에서 아픔 없이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암 투병 중에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2023), ‘마치’(2024) 등과 같은 다양한 전시회를 열었다. 2018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미술 박람회 ‘2018아트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 교수의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회를 취재했던 정휘수 선임기자(커미·22)는 취재가 미숙했던 신입 기자 시절을 떠올리며 “교수님께서 으레 기자라면 즉흥적으로 질답을 주고 받을 줄 알아야 한다며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으로 인터뷰하는 걸 제안하셨다”고 했다. 정씨는 “사전에 보내드린 인터뷰 질문지가 아닌, 현장에서 인터뷰이의 눈을 직접 보고 상호작용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회고했다. 정씨에게 질문지를 벗어난 강 교수와의 인터뷰는 “내성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양방향 소통이 중요함을 일깨워준 강 교수는 “영감을 표현하는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감을 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월 30일 오전8시 20분에 이뤄졌고,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