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회의체, 다수결로는 학생 목소리 담기 역부족

2025-05-04     한예지 기자

1년 등록금과 예산을 회의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위원 13명 중, 학생위원은 6명이다. 학생위원은 과반에 미치지 못해 결정권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한 예로 1월 진행된 회의에서 학생위원 전원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음에도 학교위원 6명과 외부 위원 1명이 모두 등록금 인상에 찬성해 결국 등록금 인상이 결정됐다. 등심위는 학생위원이 가장 많은 학생 회의체지만, 등록금 동결에 대한 학생 의견이 끝내 반영될 수 없었다.

 

학생들 의견 포함되는 회의체는 9개뿐

총학생회(총학)가 참여하고 있는 회의체는 9개다. 이는 △등심위 △대학평의원회(교직원, 학생, 동창 등 학내 구성원이 참여해 학내 주요 사안을 심의·자문하는 회의) △인권센터운영위원회 △원격수업관리위원회 △대학혁신위원회 △대학혁신운영위원회 △학생의료공제회 △기금운용심의회 △법인기금운용심의회다. 인권센터운영위원회, 원격수업관리위원회, 대학혁신위원회, 대학혁신운영위원회에는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이 모두 참여하며 등심위에는 단과대학 대표자 일부도 참석하지만 과반수인 5개 회의체에는 총학생회장 한 명만 학생 대표자로 참석한다. 

총학은 현재 학생 주도로 학교와 학생이 만나 학내 안건을 논의하는 정기협의체 진행을 앞두고 있다. 학생들이 요구안을 학교 각 부처에 전달하는 자리인 정기협의체는 연 2회 정도 진행된다. 학생들의 요구안은 주로 정기협의체를 통해 전달되지만, 각 회의의 성격에 따라 특정 회의체에서 전달해야 하는 학생 의견도 있기에 회의체 내에서 학생위원이 어느 정도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지는지가 학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학평의원회 학생위원 확대 실현될까

 12명으로 구성된 우리대학 평의원회는 △교원 4명 △직원 2명 △학생 2명 △동문 2명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진행된 대학평의원회를 기준으로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퇴임 교수들이 참석했다. 학부 총학생회장과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학생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 평의원회 학생위원이 1명 추가된 결과다. 이전까지 평의원회 학생 대표는 학부 총학생회장 한 명이었으나, 2013년부터 제기된 학생위원 확대 요구의 결과로 대학원 총학생회장 1명이 추가됐다.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은 ‘대학평의원회 학생위원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재학생 학생위원을 3명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이에는 부총학생회장도 포함될 수 있다. 반지민 총학생회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학교 측에 요구한 상황은 아니라며 “교육공동행동이 진행 중이기에 이에 집중하고, 이후 평의원회 관련된 의견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처 기획팀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대학평의원회의 구성단위별 인원 구성에 대한 변경은 예정돼 있지 않으며, 향후 관계 법률이 개정될 경우 개정 취지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엽 기획처장은 “대학평의원회의 운영은 위원수가 크게 늘면 비효율적일 수 있고, 동문도 졸업생 입장에서 참여하므로 학생 측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위원이 적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적 열세인 학생위원, 의견 개진 위해선 변화 필요해

학생위원이 상대적으로 적을 경우 회의체에서는 학생 의견 수렴이 어려울 수 있다. 제56대 총학생회 스타트는 학교의 결정 과정에 학생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요구안을 학교 측에 일부 전달했으나, 모두 전달에 그쳤을 뿐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반 총학생회장은 의결이 과반의 찬성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학생위원 수가 적어 의결 시 밀리는 상황이 없지 않다며 “회의체에서 월경공결제 등이 논의됐는데, 학생위원 한 명이 전 학생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반 총학생회장은 회의체에 관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음도 아쉽게 느꼈다. 총학은 이를 보완하고자 회의체 결과 게시물을 공유 중이다. 반 총학생회장은 “회의체에 관한 정보가 학생들에게 자세히 공개돼 있지 않고 학생을 대표하는 인원수도 적어 학생들에겐 갑자기 결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며 “회의체의 구조적인 부분들도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면 학교도 더 정보를 알려주면 긍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