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잡(job)담] 현장 발판 삼아 디지털 주거 혁신으로, 홈 플랫폼 사업 기획자
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편의시설 예약, 관리사무소 민원 접수, 주민 내 커뮤니티 등 주거생활 공간 내 시설을 하나의 앱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홈 플랫폼 사업 기획자의 삶을 다룬다
아파트 단지가 휴대폰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을 예약해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고, 휴대폰 앱 하나만으로 현관문을 열거나 가스불과 조명을 끌 수 있다. 삼성물산에서는 주민들이 보다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홈 플랫폼 ‘홈닉’(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대학보는 삼성물산에서 홈 플랫폼 사업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박일령(건축∙07 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및 맡은 업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에서 홈 플랫폼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건설회사는 서비스 차원에서 건설회사 브랜드 아파트 주민들에게 주거생활 앱을 제공하는데, 기존에 제공되던 앱은 조명 관리나 시설 예약 등 앱마다 가지고 있는 기능이 달라 앱을 여러 개 설치해야 했다. 삼성물산에서 개발한 홈 플랫폼 ‘홈닉’은 기존 공동 현관문 개방, 조명 조절 등의 기능이 담겨있는 앱에 커뮤니티 시설 예약, 아파트 주민 간 소통 창구 마련, 입주민 전용 공동구매 등을 더한 국내 최초의 통합 아파트 생활 앱이다. 건축 기술자이자 홈 플랫폼 사업 기획자로서 같은 부서 내 서비스 담당자들과 IT 기술 구현을 담당하는 협력사와의 소통을 통해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플랫폼을 개선해 나갈지 상의하고 연구한다. 기존에는 사업기획만 담당했는데 현재는 개발 업무도 맡게 됐다. 협력사에 앱의 구성 요소, 앱의 구현 방향 등을 알려주고 해당 사항이 잘 반영됐는지 검증하며 피드백한다.
홈 플랫폼 기획자의 하루 일과는
오전에 회사에 도착해 부서원들과 서비스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점 및 개선점을 파악한다. 오전 회의를 마친 후 메일을 확인하고 전화 업무를 한다. 오후에는 VOC(Voice of Customer)를 통해 접수된 고객들의 불편사항 중 긴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내용이나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한다. 이후 협력사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서 해결하고 하루 업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하루 일과를 마친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홈 플랫폼 기획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건설회사에서 여자 기술자들을 본격적으로 뽑기 시작한 2007년,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삼성에 입사했다. 건설 현장에서 건축 기사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사업기획 부서로 옮겨 일하기도 했다. 건설회사에서는 주로 일정 기간씩 본사와 현장을 오가며 근무하는 형태로 순환근무를 한다. 순환근무의 일환으로 본사에서 일하게 됐을 때 사업기획 업무를 오래 했고, 우연히 상품디자인팀에서 기획자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지금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상품디자인팀에서 일할 때 건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주거 상품을 기획하고 그 내용을 아파트에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프로젝트 이후 회사에서 새로운 주거생활 앱을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때 사업기획과 상품기획 업무를 했던 경험이 발판이 돼 새로운 사업 기획을 담당하게 됐다.
건설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나 지식은
어느 분야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하고, 대화할 때 편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건설 분야는 건설 현장과 본사의 사무 업무를 번갈아 가며 하는 순환근무 체제로 근무해 특별하다. 그렇기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자주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원래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어서 적응이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본인을 ‘노가다판에서 버티고 살아남은 자’라고 표현했다.
말 그대로다. 건설 분야의 업무가 힘들어서 주변에 그만둔 사람이 많다. 건설 현장은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 현장에서 건설 현장을 관리하다 보면 철판을 덧댄 무거운 안전화와 안전벨트 등의 장비를 갖추고 건축 현장 전체를 하루 2만 보씩 걸어 다니는 건 기본이다. 고된 현장 업무를 버틸 수 있는 좋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장 인력과의 의견 차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버티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공사 담당자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현장 인력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다른 경우가 있다. 공사 담당자는 높은 품질을 우선순위로 일을 하지만 현장 인력들은 기간 내에 목표한 업무를 빠르게 완성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일한다. 이렇듯 각자의 목표가 달라 의견 충돌이 생길 때 현장 인력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업무 진행 상황을 정리해 주는 등의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이런 상황을 해결해 나간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중심을 지켰던 것이 지금의 나까지 오게 했다.
건설 분야 커리어 진출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
취업 후 저연차 때,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며 경력을 쌓아두면 10년 후 나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 건설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같은 건축학과를 나와도 대표 직종인 설계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많지만, 건설 잡지에서 일하기도 하고 나처럼 건설 관련 앱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건물을 짓는 기술의 일부분과 건설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내용을 배운다. 대학 시절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직종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꿈을 꾸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