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박사] 밤하늘에 수놓아진 예술작품, 천체 관측 동아리 폴라리스
편집자주|여러분의 동아리를 찾아가는 동아리 방문 박사, 줄여서 [동방 박사]입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범위를 중앙동아리에서 교내동아리로 넓혀 찾아갑니다. 학보를 통해 여러분의 아늑한 동방과 사랑스러운 동아리를 홍보해보세요. 학보 공식 인스타그램과 교내 커뮤니티 홍보글을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동방 박사가 4월에 만난 동아리는 교내 중앙 천체 관측 동아리 폴라리스(Polaris)입니다.
1980년에 창립된 폴라리스는, 2025학년도 1학기 기준 53명의 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매년 2월말 ~3월초에 신입부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활동기간이 3학년 1학기까지이기 때문에 매년 1학년과 2학년만 모집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ewhapolaris
폴라리스의 주요활동을 소개해주세요
폴라리스의 활동은 학기 중 정기 활동, 방학 중 활동으로 나뉩니다. 학기 중에는 3월과 5월, 9월과 11월에 매주 2회씩 세미나와 망원경 연습을 합니다. 세미나 시간에는 천체관측 기초, 딥스카이(심원천체)의 종류, 최신 망원경 연구 동향, 외계행성, 우주론까지 천문학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함께 공부합니다. 세미나가 끝나면 학문관에 위치한 ‘별방’(폴라리스의 동방)에서 망원경을 꺼내 학문관 광장에서 관측을 진행합니다. 방학 중에는 별이 잘 보이는 근교로 2박 3일 떠나는 정기 관측회가 있으며 매년 천체 사진전과, 공개 관측회를 열고 있습니다.
폴라리스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사진전을 준비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보정하고, 컨셉을 정하고 포스터까지 만드는 등 세세하게 신경 쓸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가장 힘들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공들여서 열심히 준비한 행사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거나, 폴라리스 선배님들이 찾아주셔서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으실 때, ‘아 우리가 잘 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천체 관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던 순간은
천체 관측을 해보면 같은 태양계 안의 목성이나 토성같은 아주 큰 행성들도 겨우 조그만 점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면, 같이 밤하늘을 보는 이들이 참 소중해집니다. 차갑고 큰 돌덩이에 발 딛고 있는 너와, 나와, 그리고 우주. 광활한 우주 속, 수억 개의 은하 중 우리 은하에서, 많은 항성계 중에서 하필이면 태양계에 있는, 지구라는 작은 티끌 위에 서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일이 참 신기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천체 관측할 때 우리가 보는 별빛은 수십, 수백 광년을 날아 도착한 빛이라는 점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지금 보고 있는 별빛은 신라시대에 출발한 빛이고, 조선시대에 출발한 빛일 수 있거든요. 더 멀리 있는 별일수록, 그 별의 정보가 우리에게 닿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립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의 모습은 이미 과거의 모습이고, 지금 현재 그 별은 다르게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천체 관측을 하다보면 문득 과거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또 먼 과거의 빛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기도 합니다. 600년 전 출발한 별빛이랑 눈 마주치려고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전에는 휴대폰이나 아스팔트 바닥을 보고 걷는 일이 많았지만 별을 보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밤하늘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면 하나 둘 씩 반짝이는 별들이 주는 해방감은 말로 이룰 수 없을 만큼 벅찹니다. 밤하늘에 대해 배워갈수록 하루의 마무리가 더 즐거워 지는 것 같습니다.
별을 관측하러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으실까요
특정 나라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개기일식을 보러 떠나고 싶습니다. 매년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부분일식이 아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아마 해외로 나가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보기 전의 저와 보고 난 후의 저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얀 눈이 덮여있는 세상 위로 초록빛 오로라가 넘실거리는 장면도 죽기 전 한 번쯤은 직접 보고 싶습니다. 폴라리스 사람들과 나중에 같이 보러가자는 말도 나눴습니다. 이런 여행을 흔쾌히 함께할 친구들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 떠오르는 감정은
밤하늘이 하나의 커다란 예술작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까만 배경 위에 별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반짝임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게 됩니다. 고흐도 이 감정을 느끼고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관측하거나 부원들과 감상을 나눌 때는 이대로 세상이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콧 속을 파고드는 새벽 공기와 차가운 망원경 경통, 집중한 부원들의 모습, 바라보는 천체 뿐만 아니라 관측의 과정까지 모두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순간들입니다. 함께 별을 보는 건 정말 행복해요.
직접 관측해본 천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천체는 무엇인가요
성단입니다. 구상성단이나 산개성단은 망원경으로 보면 마치 보석 상자를 연 것처럼 아이피스(접안렌즈) 안에 반짝반짝한 별들이 가득 보입니다. 특히 저번 겨울 정기 관측회 때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인 NGC 869, NGC 884를 안시(육안으로 직접 관측)로, 사진으로 관측했었는데 인상 깊었습니다.
연간 천체의 연주운동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실때가 있으신가요
천체관측을 하러 밖에 딱 나가서 가장 처음 하는 일은 보통 방향을 찾는 일입니다. 동서남북을 파악하려면 계절별 별자리를 보는 게 필수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계절별 별자리를 매일같이 보게됩니다. 얼마 전에도 겨울 내내 보이지 않았던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가 밤하늘에 잘 보이고, 밤 내내 볼 수 있었던 오리온자리나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이제는 점차 고도가 낮아져, 봄철 별자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었습니다. 캠퍼스에 정말 완연한 봄이 왔구나,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또 6월이 되면 캠퍼스 위로 여름의 대삼각형이 딱 보이는데, 그럴 때가 되면 또 한 계절 흘렀구나 싶어집니다.
여러분에게 '폴라리스'란
생각하는 별먼지들입니다. 저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모두 별들의 잔해에서 왔기에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별 먼지에서 태어난 태양계와 그의 세 번째 행성 지구. 우리 모두는 우연히 생명이 되었지만 결국 우리 몸의 재료는 별먼지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생각하는 별먼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 동아리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별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입니다. 엠티에서 고기를 굽다가도 “지금 하늘 맑다!”는 말 한마디에 바로 망원경을 챙겨 나서는 우리 폴라리스. 별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누구보다 반짝이고, 서로를 아끼며 별 얘기로 밤을 채우는 부원들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폴라리스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별을 좋아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폴라리스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좋았던 건, 밤에 집에 갈 때 핸드폰 대신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 것입니다. 오손도손 별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분과, 그 순간의 평화로움과 기쁨을 함께 느끼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 같이 활동하는 부원들과 미래의 부원들에게 한마디
별과 천체관측을 사랑하는 여러분은 모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따뜻한 추억으로 남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활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