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찍다] 고즈넉한 골목에서 서촌이 건네는 치유의 풍경
편집자주 | 여러분의 삶 속 쉼표를 ‘찍어’드립니다. [쉼표를 찍다]는 사연을 통해 전해진 이화인들의 소중한 쉼터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으로 포착하는 코너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쉼표를 찍고, 여러분들의 ‘쉼’의 공간에 담긴 의 미를 재발견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이대학보 사진부에서 이화인들의 ‘쉼표’를 찍고 소개해드립니다. 이번 1703호에 서는 유도현(중문・23)씨의 ‘쉼’을 엿볼 수 있는 서촌을 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서촌과 사랑에 빠진 유도현(중문·23)씨에게 '쉼'을 묻다
유도현씨의 ‘쉼’이 담긴 공간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애정하는 공간은 ‘서촌’입니다.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화여대 후문에서 출발하면 두정류장에 도착이라 접근성이 좋습니다. 경복궁, 인왕산, 청계천, 청와대 등 역사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가까워서 볼거리도 많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에 과거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한국 최초로 문학 동인지를 만든 장소인 보안여관은 현재 서점과 카페로 운영 중이며, 작가 이상이 20년간 머물렀던 집터에 세워진 ‘이상의 집’이라는 문화공간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전시를 진행하는 갤러리, 개성있는 편집샵과 소품샵, 또 찾게 되는 맛있는 식당과 분위기 좋은 카페까지 한 번 찾게 되면 무조건 다시 오게 되는 공간입니다.
어떤 계기로 이 공간을 ‘쉼의 공간’으로 여기게 됐나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던 저는 대학교에 들어와 혼자서 수업을 듣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짐을 느꼈습니다. 일정이 일찍 끝났는데도 곧장 집에 가기 싫은 날에, 집과 학교와도 가까운 서촌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서 누린 서촌과 저는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이제는 저의 방앗간이 되어버린 ‘인왕산 대충 유원지’에 가서 따뜻한 드립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부터 혼자서든, 친구를 데리고서든 서촌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가게 되었고 어떤 주에는 일주일에 4번까지도 가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휴식을 취하시며, 어떤 감정을 느끼셨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서촌에 가면 제일 좋아하는 코스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인왕산 대충유원지’에 제일 먼저 갑니다. 이곳은 카페 겸 바(Bar)로 운영 중이라 위스키와 간단한 안주도 팝니다. 하지만 저의 최애는 드립커피입니다. 테라스 자리는 인왕산 뷰가 예뻐서 곧 다가올 봄에 가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저는 바 자리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그 순간에는 “아, 이게 진짜 ‘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시간도 복잡한 생각도 멈춘 듯했습니다. 다음은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인 효자로 거리를 걷습니다. 경복궁역 5번 출구 근처부터 시작돼 청와대 사랑채까지 이어진 이 길을 걸을 땐 늘 잔나비의 ‘초록을거머쥔우리는’(2022) 앨범을 듣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때 이 길을 한 번 걷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맑아지는 기분이라 서촌에 갈 때마다 무조건 걷는 길입니다. 저녁에는 독립영화관 ‘에무시네마’에 가서 재개봉한 영화나 예술영화를 관람합니다. 그때 개봉하는 영화에 맞춘 카페 메뉴부터 종종 진행되는 굿즈 이벤트까지 일반 영화관에서는 즐길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 있습니다. 자리 개수도 많지 않아서 영화에 더 몰입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소가 어떻게 카메라 안에 담기길 바라시나요?
서촌은 골목 하나하나가 다 각자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특히나 봄의 서촌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제가 좋아하는 효자로 산책길의 진한 초록색과 정감있으면서도 세련된 서촌 골목길의 아름다움이 잘 담겼으면 좋겠어요. 문화공간인 그라운드시소 1층의 연못도 너무 아름답고,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은 숨겨진 힐링 명소라 이 역시 담기면 좋을 것 같네요. 수성동 계곡도 서촌과 매우 가까워 시냇물이 흐를 때면 가만히 서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듣기도 해요.
다른 이화인들에게 이 공간을 추천하고 싶다면, 어떤 이유로 추천하고 싶으실까요?
서촌은 조용한 골목길과 많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화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완벽한 힐링 장소인 것 같아 꼭 많은 벗들이 방문하여 서촌만의 여유를 느끼길 바랍니다. 여러분들도 금방 사랑에 빠지실 거에요.
이 공간에 ‘쉼’을 만끽하러 오실 때, 함께 지니고 오면 좋을 물건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서촌에는 제가 소개해드린 인왕산 대충 유원지 말고도 책 읽기 좋은 조용한 카페가 많습니다. 한 손에는 본인이 읽고 싶은 책, 그리고 한 손에는 서촌의 아름다운 공간과 자연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챙겨오신다면 서촌을 120%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장소가 사연자에게 주는 의미를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치유의 골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