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달리기 시작한 연세로, 보행친화도시 어디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목적 달성 못해 11년만 해제 '상권 활성화' 약속했지만 모니터링은 글쎄...
연세로는 2호선 신촌역 2번 출구부터 빨간 잠망경을 거쳐 쭉 뻗어 있는 신촌의 중심지로, 2014년 1월6일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전용지구)로 지정돼 승용차 없이 걷기 좋은 거리였다. 그러나 올해 1월1일부터 상권 회복을 위해 전용지구가 해제돼 이제 대중교통 이외의 차량도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연세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였던 이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용지구는 ‘도심의 상점가 도로에 일반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대중교통수단의 진입만을 허용해 보행자가 편안하게 쇼핑, 통행, 휴식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서울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보행 친화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전용지구 정책을 냈고, 연세로가 최종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연세로는 2호선 신촌역(신촌 로터리)에서 시작해 연세대 삼거리에서 끝나는 550m 구간의 도로다. 전용지구로 선정된 후 걷기 좋게 보도의 폭을 3~4m에서 7~8m로 늘렸으며, 문화 광장 및 쉼터를 조성했다. 기존 연세로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신촌로와 성산로를 잇는 위치에 있어 교통정체가 심각했고, 이에 따라 보행자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이러한 교통 요건과 신촌 상권의 쇠퇴,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세로를 전용지구로 선정했다.
전용지구에서 해제된 연세로, 보호받지 못하는 보행자
서울시는 올해 1월1일부로 연세로를 전용지구에서 해제했다. 교통 수요 분산 효과라는 전용지구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근 상권 매출의 하락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시 교통실 교통기획관은 이에 대해 “지속된 신촌 상권 악화 및 차량 우회로 인한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전용지구 해제를 원하는) 지역 주민과 신촌 상인들의 목소리가 높았고, 2022년 9월23일 서대문구의 공식 해제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3년 1월20일~9월30일까지 전용지구를 시범 해제한 후 연세로의 교통 및 매출 자료를 수집해 이전 자료와 비교 및 분석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연세로에서 만난 김재민(20)씨는 “여기서 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데, 가드레일도 없는 도로에서 차들이 다니면 보행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로에는 도로와 인도 사이 석재화분과 볼라드(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세우는 구조물)와 같이 보호 장치가 아예 없는 구간들이 존재한다. 보호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세로에 차량 통행이 시작되며 보행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김가현(불문·24)씨도 “대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보행자가 많기 때문에, 보행 친화적인 취지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전용지구 해제돼도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를 위해 노력 예정
전용지구는 해제됐지만 보행자 친화적 거리 운영이 완전히 폐지된 건 아니다. 서울시는 보행 친화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차 없는 거리 추가 운영’ 등 보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1월19일부터 연세로는 매주 일요일 오전9시~오후10시에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해 왔다. 해당 시간에는 버스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연세로 통행이 금지된다. 또한 서울시는 교통안전 시설 역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와 서대문구 도로과는 “연세로 보도에 석재화분, 앉음석(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석재 구조물)은 이미 설치를 끝냈다”며 “볼라드, 과속방지턱, 보행자 방어 울타리는 올해 안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용지구 대신 상권 활성화 선택했지만, 사후관리 되고 있지 않아
서울시는 전용지구 지정과 상권 매출 하락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전용지구 해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연세로에서 만난 소예준(20)씨는 “차량 통행량이 늘어나 조금 위험한 것 같긴 하지만,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을 느꼈다”며 전용지구 해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매출 변화 체감에 대한 상점 주인들의 입장은 갈렸다. 연세로 인근의 여섯 곳의 가게 중 다섯 곳(익명을 요청한 ㄱ카페, 카페 포엠, 타코벨 신촌점, 콩불 신촌점, 내가찜한닭 신촌점)은 “전용지구 해제 이후 매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핵밥 신촌점은 “작년 10월에 오픈해 방학과 개강 시즌의 손님 수에 관한 정확한 자료가 없긴 하지만, 작년보다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용지구 해제 주요인을 상권 활성화로 꼽았지만, 상권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전용지구 해제 당시 상권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추가 검토를 충분히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교통정책과는 “전용지구 해제 이후 상권 매출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연세로 전용지구 해제를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요청한 서대문구 역시 “현재 상권 분석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